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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진통 끝 타결…임단협 유예기간 이견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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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진통 끝 타결…임단협 유예기간 이견 해소

입력
2019.01.30 21:09
수정
2019.01.3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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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확대 간부 파업 돌입

30일 오후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를 시작하기 앞서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노사민정협의회는 광주시와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잠정합의안을 심의·의결한다. 광주=연합뉴스
30일 오후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를 시작하기 앞서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노사민정협의회는 광주시와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잠정합의안을 심의·의결한다. 광주=연합뉴스

좌초 위기에 빠졌던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상이 결국 타결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ㆍ저생산 구조를 탈피할 활로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는 기존 완성차업체의 절반 수준 임금으로 생산 시설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이를 전 산업 분야로 확대해 새로운 노사 상생모델로 자리잡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일자리 분야의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추진한 점, 수익성 확보에 걸림돌이 될 생산 차량의 공급 과잉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30일 노사민정협의회를 열어 광주형 일자리가 적용될 현대차 위탁조립공장 설립 사업에 대해 현대차와 최종 투자협약안을 심의ㆍ의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서엔 현대차가 연간 7만~10만대 규모의 1,000㏄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공장을 2021년까지 빛그린산업단지 62만8,000㎡ 부지에 세우고 사업비 7,000억원 중 자기자본금(2,800억원)의 19% 정도인 53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노동계가 요구한 적정임금(평균연봉 3,500만원), 적정노동시간(주 44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관계 개선 등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도 반영됐다.

이 사업은 ‘임금ㆍ단체협약 5년 유예’을 둘러싼 노동계와 현대차의 갈등 때문에 지난해 두 차례(6ㆍ12월)나 협약 조인식이 취소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광주시와 현대차가 절충점을 찾으면서 협상이 타결됐다. 광주시는 이날 노사민정협의회가 의결한 투자협약안에 대해 현대차와 최종 합의를 한 뒤 31일 오후 투자협약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GM의 군산공장 철수 이후 창원공장 철수설까지 제기되는 등 생산성 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국내 자동차산업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기존 근로자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인 3,500만원의 임금으로 광주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가 최근 생산공장을 광주 송정역 근처에서 빛그린단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사업이 본격 가동되면 직접고용만 1,000여명, 간접고용까지 합해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한국GM이 공장을 폐쇄한 전북 군산은 물론, 경남 거제, 울산 등에도 제2의 광주형 일자리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생산성 수준은 세계 30위권 정도로 낮은데 광주형 일자리는 이를 상위권으로 끌어 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를 끌어 들이는 유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노조를 견제할 무기도 얻게 됐다. 광주형 일자리가 본격 궤도에 올라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광주공장 근로자들의 두 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 현대차 노조 입장에선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에 나서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광주형 일자리를 극렬히 반대하는 것은 노조가 임금 인상은커녕 자신들의 임금이 하향 평준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확보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경차 수요가 연 14만대에 불과해 현대차의 기존 경차 생산라인(연 40만대)조차 완전 가동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과잉이 발생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계 경차 시장은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뚫을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광주형 일자리를 조급하게 추진하면서 본래 사업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광주형 일자리로 친환경차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전기차의 높은 가격대를 고려하면 연간 3만대 이상 팔아야 수익이 난다”며 “국내에 그런 모델은 없다”고 비판했다. 일자리 성과에만 급급해 광주형 일자리 안착을 위한 장기 계획을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당장 추가 투자자 모집과 노조 반발이 변수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자기자본금(2,800억원) 중 21%(590억원)를 부담해 신설하는 독립법인에 현대차가 19%(530억원)를 투자하는 구조다. 나머지 60%(1,680억원)를 책임질 투자자를 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시가 산업은행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다만 장기적 사업성이 구체적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선뜻 돈을 내겠다고 하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이날 광주형 일자리 협약 타결에 반발해 31일 확대간부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의원 이상 간부들만 참여하는 만큼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된다. 파업 참가 인원은 1,000명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협약 체결을 문재인 정부의 정경유착 노동적폐 1호로 규정한다”며 “31일 오후 2시 광주시청 항의 집회 이후 논의를 거쳐 향후 투쟁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총파업 가능성도 시사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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