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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김복동 언니 따라 장학금 통장도 만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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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김복동 언니 따라 장학금 통장도 만들었는데…”

입력
2019.01.30 13:05
수정
2019.01.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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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고인의 영정을 향해 어려운 학생을 돕기 위해 만든 통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고인의 영정을 향해 어려운 학생을 돕기 위해 만든 통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저께 내가 못 배운 게 한이 돼서 500만원 넣은 장학금 통장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날이 언니 돌아가신 날이지 싶어. 그래도 언니 나 잘했지요?”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김복동(93) 할머니 빈소. 전날에 이어 김 할머니 빈소를 찾은 이용수(91) 할머니는 영정 앞에서 준비해온 통장을 꺼내 보였다. 김 할머니처럼 어린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장학금 삼아 개설한 통장이었다. 이 할머니는 왜 하필 그 날이냐는 듯 한참을 울먹였다.

김 할머니 빈소를 찾는 방문객들이 전날보다 훨씬 더 늘었다. 아침부터 일반 조문객들이 줄이었다. 빈소 한쪽 벽면에는 ‘내가 기억하는 여성 인권 운동가 김복동’ 코너가 마련됐다. 나비는 김 할머니가 ‘위안부 고발자’에서 ‘여성 인권 운동가’로 발돋움한 것을 상징한다. 김 할머니는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세계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 ‘나비기금’을 설립하기도 했다. 조문객은 미리 준비된 나비 모양 포스트잇에다 김 할머니에게 전할 말 등을 적어 붙이면 된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벽면은 다양한 색깔의 나비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김복동 할머니 별세 이틀 째인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빈소 벽 한쪽에 시민들의 메시지가 담긴 나비 모양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정준기 기자
김복동 할머니 별세 이틀 째인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빈소 벽 한쪽에 시민들의 메시지가 담긴 나비 모양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정준기 기자

정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오전 8시 9분쯤 빈소를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리의 마음과 역사 속에 길이 남아주시오소서’라고 쓴 포스트잇을 써 붙인 뒤 조문을 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처절하게 싸우셨는데 안타깝다”고 인사하자 강 장관은 “너무 죄송하다”고 답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오전 11시 20분쯤 김숙 전 유엔대사와 함께 조문했다. 반 전 총장은 빈소를 떠나며 “유엔에서 했던 일 여러 가지로 말씀을 나눴을 때는 참 정정해 보이셨는데 이렇게 돌아가신 것도, 그럼에도 스물 세 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엔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도 빈소를 찾았다. 박 장관은 ‘참으로 힘든 세월 보내셨습니다. 이제나마 편히 영면하십시오’, 김 총장은 ‘미안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이제 편히 쉬소서’라는 메시지를 나비 포스트잇에 남겼다. 둘은 침울한 표정으로 조문을 마치고 조용히 빈소를 떠났다.

오후에는 국회의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2시쯤 빈소를 찾은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치인들이 해야할 몫을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오신 분이라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3시 45분쯤엔 문희상 국회의장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문 의장은 ”영전 앞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남은 일은 그저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교복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 화원중학생 설우석(14)군은 “위안부와 독도 문제를 공부하는 동아리 ‘반크’ 활동을 하고 있어서 부원 6명과 함께 찾아왔다”며 “마땅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떠나신 게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복동 할머니 별세 이틀 째인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빈소 벽 한쪽에 붙어있는 시민의 메시지. 정준기 기자/2019-01-3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김복동 할머니 별세 이틀 째인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빈소 벽 한쪽에 붙어있는 시민의 메시지. 정준기 기자/2019-01-30(한국일보)

김 할머니 장례식은 ‘여성 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월 1일 오전 6시 30분. 2월 1일 오전 8시 30분에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부터 일본대사관 앞까지 노제가, 오전 10시 30분에는 영결식이 열린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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