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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와 홍합 덕분에 인류는 지구 곳곳에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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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와 홍합 덕분에 인류는 지구 곳곳에 살게 됐다

입력
2019.01.24 16:35
수정
2019.01.24 21: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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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넣은 홍합 요리. 인류의 조상은 적어도 16만5,000년 전부터 홍합을 먹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파를 넣은 홍합 요리. 인류의 조상은 적어도 16만5,000년 전부터 홍합을 먹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ㆍ노승영 옮김

서해문집 발행ㆍ346쪽ㆍ1만7,000원

조개무지(패총)는 신석기시대 유적지에서 종종 발견된다. 강가나 해안에 살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조개나 굴을 먹고 버린 껍질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농업으로 식량을 해결하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수렵하기 좋은 패류가 흔한 먹거리였으리라는 추측은 누구나 할만하다. 하지만 패류가 아프리카에만 갇혀 있던 인류 조상이 지구 전체로 퍼지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7만2,000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났다. 이들은 아프리카 홍해 연안에서 출발해 남아메리카 최남단까지 뻗어나갔다. 아라비아 반도 해안을 거쳐 인도로 넘어갔고, 인도 남단을 지나 인도차이나반도 방향으로 향했다. 중국 해안을 따라 시베리아 쪽으로 향했고, 얼어붙은 베링해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북아메리카로 건너갔다.

홍해 연안에서 남아메리카 최남단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6만2,000년 가량. 호모 사피엔스는 당연히 목적지를 정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해안가에서 패류를 수렵해 살아가다가 먹을 거리가 마땅치 않거나 인구가 늘었을 때 무리가 쪼개져 조개나 홍합 등을 찾아 나섰을 뿐이다. 현재 아프리카 인구는 유전적으로 다양한데, 아프리카 밖 인류는 유전적으로 다양하지 않다. 7만여년 전 아프리카를 떠났던 한정된 유전자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인류가 분화를 반복하며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요컨대 호모 사피엔스는 조개와 홍합을 찾아 먹다가 지구 곳곳에 거주하게 된 셈이다.

인류는 언제부터 요리를 했을까, 아니 언제부터 불로 조리를 했을까. 인류가 무엇을 어떻게 먹었냐를 돌아보는 것은 곧 인류 진화를 되짚는 것이다. 에든버러대학 진화생태학 교수가 저술한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는 먹거리와 인류의 상호작용을 살핀다. 이 과정을 통해 인류 진화를 논하고, 음식 발달의 숨은 사연을 소개하며 식재료의 변천사에 대해 서술한다.

음식은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주었고, 요리하는 인류는 식물과 주변 동물의 진화에 변수로 작용했다. 먼저 인류가 영향을 받은 예. 호모 에렉투스 유적에서 추론했을 때 인류는 150만년 전쯤부터 요리를 했다. 요리를 하면서 인류의 턱 근육은 약해졌고, 이는 작아졌다. 씹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약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불로 조리해 소화하기 편해진 음식 덕에 소화기관의 에너지 소비량은 줄었고, 뇌가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는 늘었다. 요리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 음식을 먹으며 뇌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즉, 요리의 발달로 인류는 다른 유인원보다 생각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

다음은 요리하는 인류가 식물에 영향을 미친 예. 야생 밀과 야생 보리가 작물화가 된 시기는 2만3,000년쯤으로 추산된다. 사람들이 야생 식물의 씨앗을 채집해 재배를 하면서 밀과 보리, 귀리 등의 생태에 변화가 생긴다. 밀과 보리 등의 야생종은 익으면 이삭에서 낟알이 떨어지는 ‘탈립’ 속성을 지녔다. 씨를 뿌려 종족유지와 확산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밀과 보리 등은 작물화가 되면서 낟알이 이삭에 더 달라붙게 됐다. 사람에게 채집되어야 재파종될 가능성이 커졌으니 탈립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를 한 것이다.

책의 원제는 ‘Dinner with Darwin’(다윈과의 만찬)이다. 진화론을 최초로 주창한 다윈과 식사를 함께 하며 음식과 인류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저자는 다윈을 비유로만 활용하진 않는다. 다윈의 연구를 종종 거론한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유머가 곁들여져 읽는 재미가 쏠쏠한 저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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