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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정희가 아니라 복지국가가 답이다

입력
2019.01.25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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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은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외환위기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기의 경제성장률은 지금 보다 훨씬 높았지만,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성장률이 2.7%가 아니라 5%였다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로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어려운 살림살이가 무역 분쟁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항상 어려웠다.

왜 이런 일이 일상이 됐을까?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성장률만 보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괜찮은 편에 속하는데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날이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 대기업은 최고실적을 내고, 수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왜 이리 고단할까?

불의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평범한 사람들의 손으로 새 정권을 수립하면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성장률이 낮아서일까.

착각이다. 성장이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의 소득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했던 박정희식 경제는 이미 1990년대 초에 끝났다. 1990년대 초반 이후 한국 사회는 성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무관한 사회가 되었다. 높은 성장률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를 품었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기의 삶을 기억하라.

생각해보라. 숙련된 사람 대신 자동화 기계를 쓰고, 부품과 설비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재벌 대기업의 수출이 늘고, 그 덕분에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좋아질 이유가 있겠는가. 설령 성장의 떡고물이 재벌 대기업에 취업한 소수의 노동자에게 떨어진다고 해도 그 떡고물이 우리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는 못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영세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90%의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성장을 해야 한다. 국가 관점에서 보면 성장은 기업이 물건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생산된 물건과 서비스가 잘 팔려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90%의 사람들이 돈이 없어 기업이 생산한 물건과 서비스를 소비 할 수 없다면 성장은 불가능하다.

해외 수요가 국내 수요를 대신한다면 당분간 기업은 물건을 팔 수 있고, 경제도 성장하겠지만 지금 한국 사회처럼 성장은 대다수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한 일이 된다. 더욱이 이마저도 보호무역이 확대되면서 성장이 더 이상 재벌 대기업의 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순대국밥 집, 동네 편의점, 슈퍼마켓, 치킨 집, 중소기업이 잘되는 성장으로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좋은 부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질서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주거, 의료, 교육 등 양질의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한민국에 산다면 누구나 빈곤, 실업, 질병, 노후 등을 걱정하지 않고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튼튼한 소득보장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이 평범한 사람들과 관련된 일이 된다. 그래야 사람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그래야 사람 중심의 혁신이 가능한 사회가 된다.

결국 답은 재벌 대기업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박정희식 경제가 아니라 튼튼한 복지국가를 만들어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하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어라. 두려운가. 그러면 어떻게, 왜 집권했는지 생각해보라. 재벌 대기업이 아니라 불의한 박근혜 정권을 몰아냈던 그 평범한 사람들이 당신의 정권을 지켜 줄 것이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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