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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고지서ㆍ수소차 도심충전… ‘규제 샌드박스’ 신청 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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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고지서ㆍ수소차 도심충전… ‘규제 샌드박스’ 신청 줄 섰다

입력
2019.01.18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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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대기업ㆍ스타트업 등 19건 신청… 文정부 규제완화 정책의 핵심 제도 

 KTㆍ카카오 ‘모바일 전자고지’ㆍ현대차 ‘도심 수소차 충전소’ 등 30일 내 검토 

김광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제도혁신과 연구관(오른쪽)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오승준 카카오페이 온라인사업실장으로부터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신청서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김광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제도혁신과 연구관(오른쪽)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오승준 카카오페이 온라인사업실장으로부터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신청서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본격 시행한 첫날인 17일부터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의 규제를 풀어달라는 기업들의 신청이 쏟아졌다. 이날 하루에만 19건의 신청이 몰렸는데, 현대자동차, KT, 카카오 등 대기업부터 블락스톤 등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의 규제 완화 요청이 접수됐다. 그동안 기업인들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돌파구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이런 갈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단체들은 정부에 수십차례 규제 개혁 리스트를 제출했었고, 대통령과 기업인의 대화 때마다 빠지지 않은 게 ‘규제를 없애달라’는 요청이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ㆍ신산업을 시작하려는 사업자에게 관련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제도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샌드박스)처럼 기업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마음껏 펼치라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해 도입한 규제완화 정책의 핵심 제도다.

카카오페이 청구서
카카오페이 청구서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혁신은 즐거워야 한다. 그동안 규제로 인해 꿈을 현실로 구현하지 못한 모든 분들에게 즐거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책상 속에 넣어두었던 혁신을 모두 꺼내주길 기대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접수된 규제 샌드박스 신청 중 눈에 띄는 것은 KTㆍ카카오의 ‘공공기관 등의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위한 임시허가 신청과 현대자동차의 ‘도심지역 수소차 충전소 설치 요청’ 등이었다.

KT와 카카오가 요청한 ‘모바일 전자고지’는 정보통신망법 관련 규정이 미비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경찰청에서 A라는 사람에게 교통범칙금을 부과하려면 A의 주민등록번호를 KT나 카카오페이 등 메시지 사업자에게 넘겨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데,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넘길 수 없기 때문에 본인확인기관을 통해 연계정보(CI)라는 대체 식별번호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해 주민등록번호가 중요한 개인정보인 만큼 CI로 바꿀 때마다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규제 샌드박스가 통과되면 일일이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CI 일괄변환이 가능하게 된다.

임시허가가 받아들여지면 그 동안 종이 우편으로만 고지됐던 교통범칙금 안내서(경찰청),국민연금 가입 안내서(국민연금공단), 여권 유효기간 안내문(외교부) 등을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수소차 보급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에겐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하지 못하는 게 사업의 큰 장애물이었다. 현대차는 수소차 운전자들의 편의와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 지역에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요청했지만, 국토계획법,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등의 입지ㆍ건폐율 제한 등 규제 때문에 현재 도심 지역에 설치하는 게 불가능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모바일 전자고지는 1월 중 심의위원회에서 임시허가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산 절감은 물론 고지서 도달률도 실질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소 충전소 설치 요청과 관련해서도 “수소차 보급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소충전소 조감도. 울산시 제공
수소충전소 조감도. 울산시 제공

그 외 기존에 3일 가량 걸리는 해외송금을 몇 시간 내에 가능하도록 하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온라인 중개 서비스도 신청 목록에 올랐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안전성을 실험하기 위해 관련 규제로 어떤 게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신속처리를 신청했으며, 규제가 확인되면 대학이나 연구소 캠퍼스에 한정해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청 접수된 사례들은 30일 이내 관계부처 검토와 심의를 거쳐 임시허가, 실증특례 여부가 결정된다. ‘실증특례’를 받으면 구역이나 기간 등을 제한해 안전성 등을 검증해볼 수 있고, ‘임시허가’를 받으면 즉시 시장 출시가 가능해진다. 관련 규제가 확실하지 않은 기업은 ‘신속확인’을 신청해 30일 이내에 답을 받을 수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는 대단히 선진적인 제도로 도입 취지나 지향점이 실제 구현되면 굉장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정부가 샌드박스에 시멘트를 부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 규제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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