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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농장서 일하며 겪은 동물ㆍ사람 이야기… 르포란 머리 속 경계를 허무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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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농장서 일하며 겪은 동물ㆍ사람 이야기… 르포란 머리 속 경계를 허무는 작업”

입력
2019.01.17 17:29
수정
2019.01.17 19:1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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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술 부문 한승태 ‘고기로 태어나서’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부문 수상자인 한승태 작가가 16일 서울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부문 수상자인 한승태 작가가 16일 서울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첫 번째 책이 나온 후에 (출판으로 돈 벌기 힘든)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대로 식비와 방세가 들지 않는 지방의 일자리를 소개 받은 게 이 책의 시작이에요.”

16일 서울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내 배움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는 미국 출판계 은어인 ‘굿바이 머니’로 시작됐다. 몇 년 고생해서 세상에 나온 첫 번째 책의 인세를 받는 순간,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에 작가들이 출판계를 떠나는 현상을 빗댄 용어다. 이날 강연자인 한승태 작가는 자신이 농장으로 돌아간 이유를 웃으며 설명했다. 한 작가는 닭, 돼지, 개를 키우는 전국의 농장에서 직접 일하며 보고 겪은 일은 쓴 ‘고기로 태어나서’로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교양부문을 수상했다. “현장에 직접 나가 부딪힌 작가의식이 돋보이고, 문장과 유머까지 빠트릴 게 하나도 없다”는 평을 들었다. 한 작가의 강연은 마냥 웃을 일이 아닌 듯한 순간에 웃게 하는 작가의 글과 닮아 있었다. 북콘서트 현장은 그의 집필기를 듣기 위한 독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강연은 탄식과 웃음, 다시 탄식과 웃음으로 이어졌다. 화면에 띄워진 양돈농장과 양계농장 사진은 탄식의 순간, 함께 일한 노동자들의 사진은 웃음의 순간을 연출했다. 고개를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돼지들의 발톱은 뿔처럼 자라난다. 부화 후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도축 가능한 크기까지 자라나는 닭들은 비정상적인 성장 속도를 이기지 못해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돼지와 닭이 피를 흘리거나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니니까 심각성을 인지하기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형태의 사육은 동물들의 정신은 물론 신체를 뒤틀리게 합니다. 자연스러운 삶을 살지 못하게 왜곡시키는 거죠.”

하지만 한 작가는 해학을 잃지 않는다. “사회적 메시지를 떠나 항상 읽고 즐길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 때문이다. 동물 얘기뿐 아니라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책의 분량을 적지 않게 할애한 이유다. 인간과 사회를 보여주는 다양한 내용이 독자들의 독서 경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독자들의 질문이 40여분간 이어졌다. 다음 책의 주제는 정해졌는지, 책 속에 반복적으로 쓰인 문장의 숨은 의미는 무엇인지 등 애독자들이 할 수 있는 질문이 쏟아졌다. ‘르포를 위한 한시적 경험이 한계로 느껴지지는 않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조차 깊은 관심에서 우러났다. 한 작가는 앞으로도 몸으로 직접 부딪혀 쓰는 글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저에게 르포는 머리 속에 만들어 놨던 장애물과 경계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는 과정이에요.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지평이 펼쳐지는 희열을 줍니다. 우리의 출신배경, 교육수준, 문화수준을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줘요. 이번 책은 동물과 우리가 큰 거리감이 있는 게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싶었습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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