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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엘리트 체육’ 개선 없는 체육계 성폭력 대책, 공염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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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엘리트 체육’ 개선 없는 체육계 성폭력 대책, 공염불이다

입력
2019.01.1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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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관련 부처 합동으로 체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의 2차 종합대책 발표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정부는 체육단체 등이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도 감추는 ‘침묵의 카르텔’을 겨냥, 사건 은폐ㆍ축소 시 최대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체육계 성폭력 전수조사를 하고, 재발 방지 컨설팅과 예방 교육도 실시키로 했다. 다음 달에는 체육 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대책은 2007년 여자 프로농구계의 성폭력 사건 이후 유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나온 것들의 반복이라 새로울 것도,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정부가 비판 여론에 떠밀려 급조한 대책들이 체육계의 뿌리깊은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계 고위 인사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에 불쾌감을 넘어 분노가 치밀 뿐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체육계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보려는 정부 의지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대책이 없으면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국제대회 성적의 메달 유무ㆍ색깔에 따라 영웅이 되거나 패자로 전락하는 독재 시절의 풍토가 체육계를 전근대적 폐쇄 사회로 만들고, 그런 조직과 분위기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은폐되는 악순환을 근본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직 금메달만 바라보는 성적 지상주의 풍토 때문에 선수 선발ㆍ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비리와 폭력에 대해 선수, 지도자, 체육단체, 심지어 부모까지 침묵하거나 침묵을 강요당하는 구조는 정상이 아니다. 선수의 길을 걸으면 학업을 포기해야 하고, 기를 쓰고라도 폐쇄적인 선수촌에 입소해야만 선수로서의 앞날이 보장되는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확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체육계는 결코 비리, 폭력과 절연할 수 없다. 학교ㆍ사회 스포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선수를 육성ㆍ선발하고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 국내외 대회에서 경쟁하며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쌓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정부와 체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 스포츠 인재 육성을 위한 획기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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