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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짜리 한강 끈벌레 연구용역 못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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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짜리 한강 끈벌레 연구용역 못믿겠다”

입력
2019.01.17 16:49
수정
2019.01.17 21:5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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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규명 없고 무자격 업체 의혹…실뱀장어 어업 피해 주민들 반발

한강 하구에서 발견된 유해 생물인 ‘끈벌레’. 고양 행주어촌계 제공
한강 하구에서 발견된 유해 생물인 ‘끈벌레’. 고양 행주어촌계 제공

경기 고양시에서 수 억원을 주고 의뢰한‘한강끈벌레의 발생 원인 연구 용역’이부실 의혹에 휩싸였다.2년 넘게 진행된 연구 용역 결과가 석연치 않은 내용으로 전해진 가운데 끈벌레에 직격탄을 맞은 한강하구 어업 피해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서다.

17일 고양시에 따르면 행주어촌계 어민들로 구성된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규명 및 실뱀장어 폐사원인 등 어업피해영향조사용역’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서를 최근 시에 제출했다.시에서 5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2년 3개월 동안 인하대 산학협력단에맡긴 이 용역 결과를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고양 행주 어촌계 조업구역(한강 하구)의 끈벌레 발생원인과 관련, ‘염분도(소금농도 12%) 증감’을 가장 유력한 요인으로 꼽았다.또 어촌계의 주 소득원인 실뱀장어 생산량 감소에 대해선 “최근 몇 년 새 끈벌레가 급증하면서 생물 스트레스 등으로 실뱀장어가 대량 폐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피해지역 어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는 시에 낸 의견서에서 “염분도가 끈벌레 출현의 원인이라면, 한강과 같은 기수역(강물과 해수가 섞이는 수역)이 있는 강(낙동강, 영산강 등)에서도 동일 현상이 나타나야 함에도 한강 행주어장에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만년 된 한강에 왜 갑자기 끈벌레가 출몰했는지에 대한 원인규명도 없다”고 문제 삼았다.

경기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 실뱀장어 조업구역. 녹조현상이 뚜렷하다. 최근 유해생물인 끈벌레가 출몰하면서 어민들의 어로 작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행주어촌계 제공
경기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 실뱀장어 조업구역. 녹조현상이 뚜렷하다. 최근 유해생물인 끈벌레가 출몰하면서 어민들의 어로 작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행주어촌계 제공

어민들은 끈벌레의 진짜 발생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심화식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 위원장은 “서울시 분뇨와 하수를 처리하는 난지ㆍ서남 물재생센터 등에서 오염된 방류수를 흘려보내면서 끈벌레나 녹조 등이 반복 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원인 규명은 하지 않은 채 서울시 귀책을 면제해주는 눈치보기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끈 형태의 바닷속 유해 생물로 알려진 끈벌레는 2013년 봄 한강 하구에 출몰, 국내에 처음 보고됐다. 어민들은 포식성이 강한 끈벌레가 급증하면서 실뱀장어 어획량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무자격 업체가 용역을 맡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대책위는 “수산업법시행령 제69조에 의한 어업피해조사 수산전문기관이 아닌 외부 무자격 업체가 과업을 수행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어민들 요구사항과 전문가의 학술용역 결과가 차이가 나는 것일 뿐 문제는 없다”고 했다. 시에선 현재 용역 전반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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