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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서버용 프로세서 ‘쿤펑 920’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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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서버용 프로세서 ‘쿤펑 920’의 의미

입력
2019.01.12 14:46
수정
2019.01.14 00:09
0 0

모바일 AP에 이어 서버용 CPU까지

중국 자체 CPU 개발국가로 도약

앞서가는 중국 시스템 반도체

화웨이가 지난 7일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에서 중국 최초 서버용 CPU '쿤펑 920'을 공개하고 있다. 화웨이 제공
화웨이가 지난 7일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에서 중국 최초 서버용 CPU '쿤펑 920'을 공개하고 있다. 화웨이 제공

알고리즘으로 연산(컴퓨팅)을 하는 모든 기기에는 프로세서(Processor)가 들어간다. PC나 데이터센터 서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대표적이다. 프로세서는 연산장치와 제어장치 등을 하나의 칩에 집적해야 하고 빠른 속도와 높은 안정성까지 요구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가장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컴퓨팅 등을 위한 비메모리 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다.

PC나 스마트폰에는 프로세서 한 개면 충분하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서버에는 복수로 적용된다. 처리속도나 안정성도 훨씬 뛰어나야 하고 고성능이라 가격도 비싸다. 이런 서버용 CPU를 중국 화웨이가 지난 7일 독자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시장에서 성능 검증이란 단계가 남았지만 중국 기업이 AP에 이어 서버용 CPU 고지까지 점령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서버용 CPU를 만드는 반도체 기업은 인텔과 AMD, 뒤늦게 뛰어든 퀄컴 정도다. 모두 미국 기업이다. 수십 년간 글로벌 CPU 시장을 미국이 독점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퀄컴의 물량을 양산하지만, 독자 개발 CPU는 내놓지 않았다.

글로벌 CPU 시장을 지배하는 인텔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차세대 서버용 제온(Xeon) 프로세서. 인텔 제공
글로벌 CPU 시장을 지배하는 인텔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차세대 서버용 제온(Xeon) 프로세서. 인텔 제공

화웨이의 서버용 CPU는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HiSilicon)이 ARM 아키텍처(ARMv8)를 기반으로 개발한 ‘쿤펑(Kunpeng) 920’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6년 인수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ARM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 반도체 기업에 ‘기초 설계도’를 제공한다.

쿤펑 920은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7나노미터 공정으로 양산한다. 화웨이는 “경쟁사에 비해 데이터 처리능력은 25%, 전력효율은 30% 향상시킨 업계 최고 성능의 서버용 CPU”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쿤펑 920을 탑재한 자체 ‘타이산 시리즈’ 서버 3종도 시장에 내놓았다.

하이테크 중에서도 하이테크인 서버용 CPU는 세계 최초로 프로세서를 개발한 인텔의 독무대다. 지난해 인텔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8%에 이른다. 2017년 3월 출시한 ‘라이젠(Ryzen)’을 앞세워 PC용 CPU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회복한 AMD도 서버용 CPU 점유율은 약 1%에 불과하다.

화웨이가 서버용 CPU 시장에 진입한 것은 통신장비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2위를 넘어 클라우드에 기반하는 고성능 컴퓨팅 시장까지 노린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갈등이 최악으로 번져 미국산 CPU를 수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도 중국은 자체 CPU라는 보루를 확보하게 됐다.

하이실리콘이 7나노 공정으로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 AP '기린 980'. 화웨이 제공
하이실리콘이 7나노 공정으로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 AP '기린 980'. 화웨이 제공

화웨이의 ‘반도체 굴기’에 앞장 선 것은 자회사 하이실리콘이다. 반도체 사업부로 시작해 2004년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하이실리콘은 중국 1위 팹리스다. 독자 AP ‘기린(Kirin)’을 개발해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중 독자 AP를 사용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뿐이다. 나머지는 퀄컴의 AP를 사다 쓴다.

지난해 말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20에 들어간 하리실리콘의 ‘기린 980’에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7나노 공정이 적용됐다. 글로벌 1위인 화웨이의 통신장비에도 하이실리콘의 시스템 반도체가 탑재된다.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한국을 앞섰다. 2017년 점유율 기준 하이실리콘은 퀄컴, 브로드컴(싱가포르), 엔비디아(미국), 미디어텍(대만), 애플, AMD에 이어 7위 수준이다. 칭화유니그룹의 스프레드트럼(Spreadtrum)도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10위권에 명함을 내밀만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없다.

7나노 공정 AP '기린 980'이 적용된 화웨이 메이트20 시리즈. 화웨이 제공
7나노 공정 AP '기린 980'이 적용된 화웨이 메이트20 시리즈. 화웨이 제공

지난해 10월 말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최한 반도체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중국 산업 동향을 발표한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 이병인 원장은 이런 말을 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성장을 지원한 중국은 메모리에 편중된 우리와 달리 설계ㆍ제조ㆍ후공정 전 분야가 고르게 발전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화웨이가 메모리를 하지 않은 게 우리에게는 다행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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