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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김정은이 트럼프를 도와야 할 때

입력
2019.01.09 18:00
수정
2019.01.15 15:5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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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안팎에서 ‘나홀로’ 처지

코너 몰리는 트럼프에 줄 선물 필요

올해 통제 힘든 외생요인 많아 변수

2018년이 세계인에게 의미가 있다면 전쟁이 없었다는 점이다. 세계가 지정학적으로 쪼개지고, 오판 위험이 ‘트럼프 변수’로 배가됐지만 대규모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의 예상은 달랐다. 국제사회의 재앙급 악재들로 전망조차 불투명했다. 미국만 보면 북한을 제한 타격하는 코피 전술을 준비하고 있었고, 군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화염과 분노에서, 대화와 평화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북미 관계가 이처럼 순항한 데는 우리 정부의 중재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국제사회가 평화시즌인 것도 한 배경이었다. 올해도 북미 협상을 후순위로 밀어낼 당장의 외생변수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라진 게 아닌 악재들은 언제든 고개를 들 수 있어 낙관을 어렵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나홀로 미국’이 되고 있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에 주목하는 미 정치학자 이언 브레머는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세계가 더 분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인 트럼프는 동맹을 겉보기에만 좋은 코르셋으로 보고 있다. 지켜주고 지원해줬더니 동맹들만 잘 살고, 미국은 도넛 가운데처럼 구멍이 뻥 뚫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역할을 세계경찰에서 돈 받고 안보를 담당해 주는 국제경호회사로 바꾸겠다는 계산을 트럼프는 하고 있다. 트럼프는 아시아 동맹들에게도 지속적인 경제 불확실성을 던지고, 한국에서는 미군을 감축하고 싶어한다.

2년째 미국 주도의 끈이 느슨해지고 풀리면서 세계는 연초부터 시끄럽다. 미국의 세계 철수로 입지가 강화된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예측력을 낮추고 있다. 반면 중동은 동시에 전세계 원유 생산 비중이 줄어든 탓에 분쟁 가능성이 커져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안정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프랑스는 노란 조끼 시위로, 영국은 4년째 브렉시트 문제로 옥신각신하고 있고 폴란드 헝가리 이탈리아에선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 있다.

올해는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 가능한 재앙이 될 악재들이 최근 20년래 최대라고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평가한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통제불능에 빠지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충돌하고, 미중 양국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져올 무역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 미국 정치는 3주째 이어지는 셧다운(연방정부 폐쇄)이 보여주듯 2020년을 향한 대선 국면으로 빨려 들고 있다. 올 여름이 지나면 본격화할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는 대외변수를 관리 모드로 전환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진 국내 이슈가 그의 외교 행보의 발목을 잡을 것도 분명해지고 있다. 작년 중간선거 때처럼 대화 국면을 유지하며 전략적으로 인내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북미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끌어낼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

북미 실무협상이 없는 상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열차가 먼저 중국으로 움직였다. 북미 협상이 어긋날 경우를 대비한 보험용이란 해석이 있지만 북미는 2차 정상회담을 향해 아직은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전에 예의 중국에 가는 행보라면 북미 정상의 재회는 시간 문제다. 우여곡절 없이 준비가 진행되면 2월말 3월초에는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달라지는 대외변수 때문인지, 북한에 정통한 인사들은 북미 교착을 풀기 위해 북한이 선물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트럼프가 움직일 명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정책 관행에서 자유로운 트럼프에게 한반도 문제가 절호의 기회인 점은 지난 1년이 말해준다. 의회 인사들과 당국자들이 보기에 그간 몇 차례 협상과 합의는 전부 북한 탓에 실패로 돌아갔다. 북한도 미국을 믿기엔 아픈 기억이 많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북미수교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에 중동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나 작년 평화메시지를 담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믿어준 이는 참모들이 아닌 트럼프였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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