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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여성을 남성과 대등하게 인정한 붓다

입력
2019.01.10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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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불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월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나는 그때마다 주저 없이 ‘여성에 대한 인정’이라고 답해 준다.

고대 선진 문명들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한다. 문명의 발달이 남성주의를 촉발하고, 이로 인한 여성의 억압이 일반화하는 것이다.

유교에서 여성은 소인배와 유사한 부류로 정의된다. ‘논어’에서 공자는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려우니, 가까이하면 불손하고 멀리하면 원망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여성 폄하 발언은, ‘서경’ ‘목서’에 나오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아닐까! 이외에도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는 근거 구절인 ‘주역’ ‘계사전’의 “천존지비(天尊地卑)” 같은 것도 있다. 이러한 유교의 여성 억압 구조는 조선 후기에 이르면,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정혼남이 죽어도 목을 매 자살하는 광적인 사회현상으로 치닫게 된다.

기독교 역시 여성에게 잔혹했다. 여성은 신의 계획적인 의도가 아닌 상태에서, 아담을 위해 갈비뼈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여성은 신성이 부족한 남성의 부속적 가치라는 인식이 형성된다. 때문에 여성은 결혼하면 남성의 성을 따르게 되고, 천주교에서는 오늘날까지 여성의 사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중세의 많은 여성이 마녀사냥으로 화형된 것이나, 미국의 여성 참정권이 흑인 남성보다도 반세기나 늦은 것, 또 스위스의 여성 참정권 허용은 1971년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점 등은 모두 이 같은 문화 배경에 입각한 측면이다.

이슬람의 여성차별 역시 배경은 ‘코란’에서 ‘구약’을 공유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오늘날까지 이슬람이 차도르와 히잡 등으로 상징되는 강력한 여성 억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인도 역시 오랜 문명권이라는 점에서 여성 억압에 예외일 수 없다. ‘마누 법전’에 따르면, 여성을 죽인 죄는 살인죄가 아닌 도둑질 수준의 징벌로 처리된다. 또 당시에는 여성만 있는 가구는 국가에서 가산을 몰수했다. 즉 여성은 독립인으로 대우받지 못했던 것이다. 또 최근까지도 남편이 죽어 화장하면, 부인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함께 타 죽는 ‘사티(sati)’를 미덕으로 여기곤 했다. 조선의 열녀가 목을 매는 것과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교조를 기점으로 판단하는 종교사의 입장에서, 불교는 세계 종교 중 가장 오래된 종교이다. 그럼에도 붓다는 여성의 출가, 즉 성직을 공식 인정한다. 물론 붓다 역시 처음에는 다소 주저했다. 왜냐하면, 사회적인 후폭풍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 보라. 조선 시대에 어떤 선각자가 여성도 관직에 나가게 하고, 남편이 사망하면 재가하게 해 주는 것 등을 주장했다고 말이다. 이 선각자는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는 것처럼, 기성 집단의 조직적인 반발과 억압 속에 제거되고 말 것이다.

붓다가 생각에 잠겼을 때, 등장하는 인물이 붓다의 사촌 동생이자 제자인 아난이다. 이때 아난이 제기한 문제는 ‘여성도 출가 수행하면 깨달을 수 있느냐?’였다. 붓다는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자 아난은 ‘그렇다면 출가시켜 주는 것이 맞지 않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즉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가 우선이며, 교단의 혼란은 올바른 선택 이후에 감수해야 할 불교 내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붓다 역시 이에 동의한다. 이 세상에 인간의 존엄보다 더 위대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붓다는 인간 평등을 주장하며, 전통적인 신분제를 부정하면서 대두한 선각자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남녀라는 성의 평등으로 마침표를 찍고 있다. 인간은 신분이나 성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의한 존재 가치로만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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