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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으로 비칠라… 무역협상 고민 커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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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으로 비칠라… 무역협상 고민 커진 中

입력
2018.12.20 17:15
수정
2018.12.20 19: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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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 양보 불가피… 정치적 부담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맨 왼족)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라시오 두아우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겸한 업무만찬에 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맨 왼족)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라시오 두아우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겸한 업무만찬에 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르면 다음주부터 시작될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만큼 대폭 양보를 해서라도 무역분쟁을 매듭지어야 할 절실함이 크지만 그에 못잖게 항복으로 비춰지는 데 대한 부담과 우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단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기구(WTO)연구회의 훠젠궈(藿建國) 부회장은 20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미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를 내려면 양측 모두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지난 12일 외교세미나에서 “중미 양국이 협력하면 전 세계가 혜택을 보지만 두 나라가 대립하면 승자는 없이 다른 나라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협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인다. 중국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무역정책 검토회의에서 자국을 비시장경제 체제로 규정하며 “국제 교역 시스템과 양립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미국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ㆍ보호주의와 무모한 정책들이 무역 위기의 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난 18일 개혁ㆍ개방 40주년 기념연설엔 “누구도 중국에 무엇을 하고 말지를 지시할 수 없다”는 대목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중국의 대폭 양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은 본격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미국산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등 구체 양보안을 내밀었다. 외신들은 중국이 첨단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수정 논의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현재 진행중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선 내년 경제정책 운용 기조와 함께 중국제조 2025 수정안, 지식재산권 관련 법ㆍ제도 정비, 외국인 투자 확대 조치, 금융ㆍ서비스 시장 개방 등 구체적인 대미 양보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은 이런 기류의 전파를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 지난 1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미국은 중국의 양보안과 합의사항을 즉각 발표했지만 중국은 나흘 뒤 포괄적인 내용만 확인했다. 최근 들어선 사이버 공간에 대한 검열ㆍ감독도 대폭 강화했다. 데이비드 추이(崔大衛) 홍콩과기대 교수는 “중국은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여기지만 이를 알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 관영매체가 연일 경제 비관론을 경계하며 긍정적인 전망에 방점을 찍는 것도 국내 정치용 메시지로 읽힌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내년 중국 경제가 올해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상황이라 중국 지도부로선 대폭 양보를 통해서라도 무역 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며 “대신 강경파나 비판여론을 의식해 ‘항복문서로 비치지 않을 양보안’을 모양새 있게 내밀어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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