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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참변] 조화 들고 분향소 찾은 학생들 “실감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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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참변] 조화 들고 분향소 찾은 학생들 “실감 안 난다”

입력
2018.12.20 16:59
수정
2018.12.20 21: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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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노출 피해 간소하게 장례 

 깨어나 친구 안부 묻던 학생은 

 곧 퇴원 가능할 정도로 회복 

 추가로 일반병실 옮긴 두 명도 

 물 마시고 대화 가능한 상태 

대성고 합동분향소 마련펜션 사고로 숨진 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20일 서울 은평구 대성고 정문 위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합동분향소는 비공개로 운영된다. 서재훈 기자
대성고 합동분향소 마련펜션 사고로 숨진 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20일 서울 은평구 대성고 정문 위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합동분향소는 비공개로 운영된다. 서재훈 기자

‘강릉 펜션 참변’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교생 3명의 합동분향소가 20일 학창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서울 은평구 대성고 교정에 차려졌다. 정문으로 가는 언덕 아래 길에서 5, 6명씩 무리를 지어 걷던 아이들은 서로에게 침통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고, 그들은 맞이한 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검은 현수막이었다.

사고 여파로 전날부터 휴교 중이지만, 분향소를 찾은 학생들은 하늘색 셔츠와 붉은 타이, 옅은 갈색 바지 교복을 챙겨 입고 있었다.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들도 어두운 무채색 옷을 입어 최대한 예를 갖췄지만 한결같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흰 조화를 들고 학교로 향하던 한 학생은 함께 가던 친구에게 “실감이 안나”라고 나지막이 속삭였고, 친구 역시 “나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22일까지 운영되며 유족의 뜻에 따라 숨진 학생들 친구와 대성중·고 재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제외한 일반인 조문은 받지 않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꾸려진 세 학생 빈소에도 학생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장례절차 역시 유족 요청에 따라 최대한 외부 노출을 피한 채 조용하게 치러지고 있다. 교사들은 이날 유족과 함께 빈소를 지켰다. 빈소를 찾은 학생들은 애써 억눌렀던 눈물이 터져 나왔는지,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눈시울엔 눈물이 가득했다. 무거운 침묵 속에 “끅끅”하며 울음 참는 소리가 빈소 주변에 낮게 깔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 장관은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 간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참으시고 문상을 받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 아버지께서 ‘젊은 아이들에게 더는 이런 일 없게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참변이 있었던 강릉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은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전날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한 학생은 다음날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고, 다른 학생 두 명도 이날 일반병실로 옮겼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추가로 일반병실로 옮긴 두 명은 물도 마시고 대화도 가능하다. 보행이 조금 불편한 점을 빼면 (회복이) 원활하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 남은 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눈을 뜰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됐고, 나머지 학생은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한 학생 두 명도 건강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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