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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환 칼럼] 무엇을, 누구를 위한 보수대통합인가?

입력
2018.12.1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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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수대통합 이슈가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깝게는 2020년 4월에 치러질 21대 총선을 그리고 멀게는 2022년 봄에 치러질 20대 대선을 겨냥한 보수권의 대응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리라.

보수대통합 이슈는 작년부터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총선까지의 시간적 여유, 자유한국당의 낮은 지지율, 그리고 보수개혁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미련 때문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총선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오고 문재인 정권의 실정으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그 동안 지지율 정체에 시달려온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보수통합에 유혹을 느끼기 시작하고, 재야에 머물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보수단일대오’를 외치며 자유한국당에 입당함에 따라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만일 소수정당에 유리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좌초될 경우 보수대통합은 정계개편 이슈와 아울러 내년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 중대한 사안이 될 개연성이 크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이 재선을 위해 노력하고 정당이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세를 불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다. 정치인이든 정당이든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직을 맡고 정권을 잡아야 하는바 선거를 대비한 이합집산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의 보수대통합 시도는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성사된다고 해도 총선 승리로 이어지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정치 발전과 건전한 보수정치의 확립에도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

보수대통합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통합주의자들이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보수대통합은 재고되는 것이 마땅하다. 원칙도 비전도 없이 순전히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진행되는 보수통합은 국민대표 원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당정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반문연대’를 구성하는 전략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실망한 일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촛불혁명에 참여한 다수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 다수가 현 정권의 실정에 실망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현 정부가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하고 있고, 지난 정권들과 달리 위헌ㆍ불법을 조직적으로 범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한다. 또한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의 부작용을 우려하기는 하지만 현 정권이 표방하는 공정경제, 정의사회, 포용국가의 비전에는 공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수 세력이 현 정권에 대한 지지 이탈을 아전인수로 해석하여 무원칙적인 보수대통합을 꾀한다면 의외의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수대통합 논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세력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무원칙적이고 퇴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시사해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90%를 웃도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았고, 국회의 정상적인 탄핵절차에 따라 가결되었으며, 헌법재판소에 의해 최종적으로 인용됐다. 이런 결과를 부정하고 뒤엎으려는 시도는 민주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런 행태는 개인적인 신념이나 호불호에 따라 정치적ㆍ법적 결정을 시인하거나 부인하는 낙후한 정치의식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그런 세력까지 아우르는 보수대통합 시도는 비교적 법치민주주의에 충실한 합리적 보수와 개혁보수의 기꺼운 협력을 얻어내기 어렵다.

바람직한 국가사회에 관한 비전과 현명한 정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현 정권의 정책적 실수나 실패를 침소봉대하고 국민경제에 대한 서민의 불안감을 조장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행태는 국민들 사이에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와 정치적 냉소주의를 조장할 뿐이다. 그런 태도로는 시민들의 기꺼운 지지를 획득할 수도 없고 정당민주주의 발전을 견인해낼 수도 없다. 일부 철새 정치인들의 야심을 일시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위대한 보수정치인과 정당의 출현을 고대하는 국민의 여망에는 부응하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국민의 다양한 이익을 취합하고 정치엘리트를 육성하며, 시민들을 정치적으로 계몽시키고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맞춰 정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런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고 분투한다. 하지만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을 부추기며 단기적인 선거승리에 목을 매는 현재의 행태로는 정당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대통합이 성공하면 퇴행적인 정치관행이 강화되고 정당정치의 발전만 지체될 뿐이다.

바람직한 보수통합은 국가의 번영과 정당정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에 따라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있게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다가올 총선에서 보수 세력이 재건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김비환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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