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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깜깜이 증액… “동해선 철도 50억 추가” 합의 후 1000억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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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깜깜이 증액… “동해선 철도 50억 추가” 합의 후 1000억 껑충

입력
2018.12.11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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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늘어난 SOC 예산 논란… 100억 이상 증가 14건 중 7건 근거 없어

[저작권 한국일보]국회 심의 과정에서 100억원 이상 증액된 주요 SOC사업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회 심의 과정에서 100억원 이상 증액된 주요 SOC사업_김경진기자

“(보성~임성리 철도건설 사업은) 증액 필요성을 확인해보셨나요?”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

“예, 확인했습니다. 내년 가용예산이 현재도 굉장히 많게 돼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이하 예산소위). 남해안 철도 보성~임성리(목포) 구간 예산(정부안 2,900억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국토부는 “이미 충분하다”며 이렇게 답했다. 지난 7월말 기준 이 사업의 예산현액(올해 예산+이월액) 2,677억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이 1,339억원(50%)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국토위 위원들의 예산심의 절차를 돕는 전문위원도 “증액 요구는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거들었다. 이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던 보성~임성리 예산은 그러나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최종 예산안에선 당초보다 1,000억원이나 늘어난 3,900억원으로 확정돼 있었다. 지난달 8차례(22~30일)에 걸쳐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이하 예결위 소위)에서도 추가 논의가 전혀 없었는데 최종 예산은 1,000억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당초 정부안보다 100억원 이상 늘어난 내년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14건 중 7건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깜깜이 증액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 심의 때는 ‘소폭’ 증액이었다가 최종안에서는 뜬금없이 증액 규모가 20배에 달한 경우도 있었다.

[저작권 한국일보]연도별 SOC 예산 현황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연도별 SOC 예산 현황_김경진기자

10일 국회에 따르면 내년 SOC 예산은 정부안(18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19조8,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가운데 당초 정부안보다 100억원 이상 증액된 도로ㆍ교통(국토부 소관) 사업은 총 14건이다. 이들 사업의 총 예산은 3조3,754억원으로, 정부안(2조6,254억원)보다 7,500억원(28.5%)나 증액됐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국토위 예산소위 회의록 등을 토대로 이들 14건 사업의 국회 논의 과정을 전수 분석한 결과, 7건의 예산은 증액된 근거와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 정부는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천시를 잇는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 사업에 대해 내년 예산으로 3,391억원을 편성했다. 지난달 8일 국회 국토위 예산소위에서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제천ㆍ단양)의 질의에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이 “50억원 정도만 추가로 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사안이다. 이후 국토위 전체회의나 예결위 소위에선 별다른 추가 논의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무려 1,000억원 늘어난 4,391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국토위 예산소위 안의 또 다른 소위인 ‘소소위’로 사업이 넘어간 후 깜깜이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대폭 증액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12일 국토위 소위에서 광주~강진(완도) 고속도로 사업(정부안 695억원)에 대해 국토부가 204억원을 증액하겠다는 의견을 내자, 소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위원님들 받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윤영일 의원이 반대 의견을 밝히자, 이 의원은 “이건 소소위로 넘기겠다”고 정리했다. 이후 내년 예산은 결국 550억원(695억→1,245억원)이나 증액됐다. 작년 말에도 여야는 이 사업의 올해 예산을 정부안(455억원)보다 1,000억원 늘어난 1,455억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국토위 관계자는 “올해는 예결위 내 소소위와 비슷하게, 쟁점사업은 국토위에서 별도 소소위를 만들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소소위는 심사 과정이 공개되는 소위와 달리, 회의 내용도 속기록도 공개되지 않는다.

동해선 포항~삼척 철도건설 사업(정부안 2,177억원)도 국토위 소위에서 ‘50억원 증액’으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실제 예산은 1,000억원이 늘어났다. 충남 홍성과 경기 화성을 잇는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정부안 5,985억원) 또한 국토위 전문위원 측이 ‘50억원 증액’ 의견을 제시했지만, 최종안에선 1,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매년 국회 심의 때마다 SOC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모습은 크게 우려된다”며 “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할 땐 국토부나 각 부처 내부 위원회 등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이나 연도별 소요예산 등을 정밀하게 따지는데, 국회 심의에선 그런 심도 있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참여연대 간사는 “의원들의 지역구 생색내기용으로 별다른 근거 없이 대폭 증액된 SOC 사업들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말 필요한 사업에 예산이 배분되지 않는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예산 논의 과정을 100%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나중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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