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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조국 문제’ 의 이해찬 해법

입력
2018.12.06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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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전후 터진 특감반 악재 곤혹

靑 질책ㆍ반성 없이 “野 정치공세” 일축

‘내 사람’ 아닌 국민 눈높이서 책임 따져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 헌정기념관 앞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에서 소속 의원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온 최고위원, 김영주 의원, 이 대표, 남인순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 헌정기념관 앞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에서 소속 의원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온 최고위원, 김영주 의원, 이 대표, 남인순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취임 100일을 좀처럼 잊기 어려울 것 같다. 강한 집권당, 일하는 여당을 표방하며 민주당의 키를 잡은 후 특유의 카리스마로 당정청 회의를 주도하는 등 당의 위상을 높였다고 자부했지만 공교롭게도 당 지지율은 바닥을 치니 말이다. 2년 가까이 굳건하던 40% 벽이 무너진 것은 대통령 지지율과의 동조화 현상 탓이라고 해도 반사이익에만 기댄 자유한국당과의 격차가 10% 남짓으로 좁혀진 것은 참으로 아프다.

뿐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성장을 뒷받침할 새해 슈퍼예산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요구하는 야 3당의 볼모가 됐고 이 대표 자신은 당리당략 때문에 말바꾸기를 일삼는 비정한 정치인으로 매도되고 있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혜경궁 김씨’의 정체를 둘러싼 ‘이재명 스캔들’이 당의 부담으로 다가온 차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켜야 할 책임까지 떠맡은 점이다. 선거구제 개편과 예산을 연계한 야당의 행태엔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버럭 화를 내보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의 비위로 불거진 ‘조국 문제’는 대처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조 수석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가장 먼저 임명된 청와대 참모다. 문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둔 ‘분신’ 같은 존재라는 얘기다. 실제 인사검증에서 사법개혁ㆍ개헌 작업에 이르는 청산ㆍ개혁 드라이브까지 그의 손때가 묻지않은 것은 찾기 힘들다. 신뢰관계로 따지면 개혁정부 1기의 ‘노무현-문재인 라인’보다 2기 ‘문재인-조국 라인’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야당이 툭하면 그를 표적 삼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이유이고, 여권 역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이 대표 100일 회견이 이런저런 치적을 자랑할 틈도 없이 조 수석의 거취에 맞춰진 것은 예고된 일이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의혹이 산불처럼 번졌으니 이 대표도 사전에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 수위를 고심했을 것이다. 결과는 “문책이나 경질 요구는 야당의 정치적 행위”라는 반격이다. 공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안의 경중을 가리는 것이고 관리 책임은 사안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인데, 이번 사안은 크지 않은데다 조 수석이 문제된 사안에 연계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나름 논리를 세운 반격이었으나, 물의나 의혹에 대한 사과나 청와대를 향한 질책은 한마디도 없었다.

당초 분위기는 이렇지 않았다. 첫 대변인 논평은 “일련의 사건에 크게 실망한 국민에 대한 사죄”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처방을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은 대통령의 부담을 걱정하며 조 수석의 사의 표명을 촉구했다. “아군에 총질한다”는 극성 지지자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게 정답이었을 것이다. 조 수석은 자신의 능력과 처신을 되돌아보는, 또 당과 청와대는 익숙함과 관성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자는 얘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기류가 확 달라졌다. 촛불혁명의 상징이자 개혁의 아이콘이며, 문 대통령과 함께할 ‘마지막 한 분’에 대한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흔들기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하면 조 수석이 아니라 정권이 위험하다는 식의 응원 글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 승리 후 그토록 우려한 자만과 기강해이 사례가 청와대에서 수차례 발생했고 특감반원 일탈 사건은 그 정점을 찍었는데도 당 대표는 “사안이 가볍고 조 수석과 무관하다”고 단정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보수정권의 적폐는 먼지까지 털던 문 대통령의 엄격한 촛불 잣대도 ‘내 사람’에겐 너그럽기 짝이 없었다.

이 대표는 1800년 정조 사후 200여년 동안 10년밖에 집권하지 못한 민주ㆍ개혁 정부를 반성하며 20년 집권의 터전을 닦겠다고 공언해 온 사람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책임총리를 구현한 6선 경륜의 전략가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조 수석 문제를 이렇게 처리해선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조 수석의 역량과 역할을 냉철하게 따진 뒤 국민 눈높이에서 문 대통령과 독대 시간을 갖기 바란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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