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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체납자 집 수색했더니…장롱에 3억원, 양복에 100만원 수표 18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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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체납자 집 수색했더니…장롱에 3억원, 양복에 100만원 수표 180장

입력
2018.12.05 12:17
수정
2018.12.05 19: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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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1~10월 고액 체납자 1조7,000억 징수… 최유정 변호사 69억 체납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체납한 고액 자산가 B씨는 사위 명의로 은행에 대여금고를 개설, 여기에 현금 3억6,000만원을 은닉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 제공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체납한 고액 자산가 B씨는 사위 명의로 은행에 대여금고를 개설, 여기에 현금 3억6,000만원을 은닉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 제공
증여세 5억7,000만원을 체납한 C씨는 현금 8,000만원과 수표 1억8,000만원을 자택 장롱에 숨겨두고 있다가 적발됐다. 국세청 제공
증여세 5억7,000만원을 체납한 C씨는 현금 8,000만원과 수표 1억8,000만원을 자택 장롱에 숨겨두고 있다가 적발됐다. 국세청 제공

지난 4월 국세청 조사관들이 부동산 자산가 A씨 자택을 급습했다. A씨가 집을 사고 팔아 남긴 거액의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5억5,000만원을 내지 않고 “돈이 없다”며 버티자 주거지 수색에 착수한 것이다. 수색 당시 옷장 속 A씨의 양복 안에서 100만원짜리 수표 180장(1억8,000만원)이 발견됐다. 또 지갑에서는 은행 대여금고의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가 나왔다. 금고에는 1,000만원짜리 수표 70장(7억원)이 담겨 있었다. 국세청은 양도세 체납액 전액을 징수했다.

고액 자산가 B씨는 보유 주택을 26억원에 팔며 양도세를 내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대금 중 주택담보대출 상환분(9억원)을 제외한 17억원을 전액 수표로 받은 후, 자택 주변 은행 44개 지점을 돌며 총 88회에 걸쳐 이를 모두 현금으로 바꿨다. 과세당국이 추적ㆍ압류할 수 있는 계좌잔고를 0원으로 만든 셈이다. B씨는 수억원의 양도소득세 고지서가 날라오자 “한 푼도 없다”며 ‘배째라’로 일관했다. 실제 가택 수색에서도 현금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조사관들은 주변 탐문을 벌이던 과정에서 B씨가 사위 명의로 은행에 대여금고를 개설한 사실을 알게 됐다. 금고에는 현금 5만원권 3,100장(1억6,000만원), 100달러 지폐 2,046장(약 2억원) 등 3억6,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국세청은 B씨가 추가로 자진 납부한 약 4억7,000만원을 포함해 총 8억3,000만원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올해 1~10월 세금(국세) 2억원 이상을 1년 넘게 내지 않은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약 1조7,000억원을 징수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1조5,700억원)보다 8% 늘었다. 체납자들 대부분 보유재산을 현금으로 인출해 자택이나 제3자 명의의 대여금고에 은닉한 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가 적발됐다. 과세당국이 현금이나 체납자 주변 사람의 금융계좌를 직접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증여세 5억7,000만원을 체납한 C씨는 현금 8,000만원과 수표 1억8,000만원을 자택 장롱에 숨겨두고, 조카 명의의 차명계좌에 2억5,000만원을 은닉하다 적발됐다. 강남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수십억원의 소득세를 체납한 D씨는 지인 명의의 대여금고에 은닉하고 있던 현금 8억8,000만원과 명품시계 3점(총 1억원 상당)을 압류당했다.

이와 별도로 이날 국세청은 올해 신규 고액 체납자 7,158명(개인 5,022명ㆍ법인 2,136곳)의 실명과 인적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약 5조2,4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고액 체납자는 5만3,057명(개인 3만6,237명ㆍ법인 1만6,820곳)까지 늘어났다. 국세청은 2004년부터 매해 고액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가장 체납액이 많은 개인은 정평룡(42) 전 정주산업통상 대표로 부가세 250억원을 내지 않았다.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해주겠다며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상습도박죄)로부터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8) 변호사는 종합소득세 등 약 69억원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최 변호사의 부당 수임료를 근거로 소득세를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두환(87) 전 대통령도 양도세 31억원을 내지 않아 이름을 올렸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이 그의 가족이 보유한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양도세를 부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 중에는 제조업체 화성금속(대표 조태호)이 부가세 299억원을 체납해 가장 많았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구진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2018년 고액·상습체납자를 공개하며 체납자들이 은닉한 재산을 징수한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진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2018년 고액·상습체납자를 공개하며 체납자들이 은닉한 재산을 징수한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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