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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성적표 만들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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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성적표 만들어 드립니다"

입력
2018.12.03 04:40
수정
2018.12.03 08:3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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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표 위조 홍보글. 인터넷 캡처
수능 성적표 위조 홍보글. 인터넷 캡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A(18)군은 가채점 결과 원하는 성적에 한참 못 미치자 일찌감치 재수를 마음먹었다. 이왕 더 하는 공부, 원하는 곳에서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찾아간 유명 학원에서 “국어 수학 영어의 수능 등급 합이 5 이내여야 등록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그런데 A군이 예상하는 자신의 성적은 학원 기준에 미달하는 등급 합 6 수준. 고민 끝에 내린 A군의 결론은 ‘수능성적표를 똑같이 만들어준다’는 업체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수능 성적이 공개되는 5일을 코 앞에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제와 똑같은 성적표를 제작해주겠다’는 글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20만원 정도 주면 수능성적표를 위조해주겠다는 검은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 △과외시장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예비대학생 △학원 등록자격에 맞추려는 예비 재수생 △부모의 눈을 속여보겠다는 ‘순진한’ 수험생 등 다양한 수요층이 잘못된 유혹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업체들은 너도나도 ‘최고 전문가’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위조ㆍ변조가 아니라 정상적인 서류 발급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100% 품질을 자신한다”는 광고 문구를 자신 있게 내걸고 있다. 한 업자는 “성적통지날짜에 맞춰 20만원만을 내면 인터넷 재발급용 수능성적증명서 파일을 2시간 안에 보내주겠다”며 “학교에서 나눠준 통지표를 잃어버려 인터넷 재발급 받았다고 말하면 된다”고 구체적인 속임수 수법까지 안내할 정도다.

이들 업체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의 목적은 대학 진학이 아니다. 대학들이 입학지원자의 성적을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전산으로 받기 때문에 위조 성적표는 정작 쓸모도 없고, 먹히지도 않는다. 학생들이 주목하는 용도는 따로 있다.

올해 재수한 B(19)씨는 “부모 반대를 꺾고 재수를 하게 됐는데, 작년보다 더 점수가 낮게 나올 것 같아 면목이 없다”며 “최소한 지난 번과 비슷한 성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에 위조 업체를 찾을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일부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의 성적을 과시하겠다는 목적으로 2만원 정도 주고 성적표 양식을 구입해 위조에 나서기도 한다.

대학 진학을 확정했거나 이미 대학을 다니는 이들도 위조에 나선다. 연말이 되면 본격 과외시장이 열리게 되는데, 재학(혹은 입학 예정) 중인 대학, 학과 정보뿐 아니라 수능성적표까지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서다. 서울 4년제 사립대 2학년 C(21)씨는 “수능 성적 1등급이 아니면 과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인증용으로 (위조 수능성적표를)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이 같은 성적표 조작 행위와 조작한 성적표를 사는 행위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능성적표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공문서에 속하기 때문에 어떤 목적에서든 성적표를 조작하면 파는 사람은 물론 사는 사람까지 공문서 위조ㆍ변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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