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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강 국면 속 때늦은 금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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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강 국면 속 때늦은 금리 인상

입력
2018.12.01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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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0.25%P 올려 1.75%로… 경기동행지수는 7개월째 하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한은 기자실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한은 기자실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운만 띄우며 시간을 허비하다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뒤 금리 인상을 단행해 실기(失期)했다는 비판이 적잖다. 한은이 돈줄을 죈 날 경기동행지수는 7개월째 하락하며 우리 경제의 심각한 상황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말 0.25%포인트(1.25→1.50%) 인상 이후 꼭 1년 만이다.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계속 유지되면 (가계부채 증가, 주택가격 급등과 같은) 금융불균형이 커져 금융시장에 위험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이 양대 법적 책무로 강조해온 물가 관리와 경제성장 지원 대신 후순위 책무인 금융안정을 앞세워 금리를 올린 것이다.

한은이 그간 줄기차게 금리를 올릴 뜻을 밝힌 터라 이번 인상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행 시점을 둘러싼 논란은 거세다. 길게 보면 마지막으로 금리를 내렸던 재작년 6월 이후 2년 반 동안 성장 및 물가 조건이 뒷받침됐는데도 금리 인상 기회를 모두 놓친 뒤 경기 하락세가 완연한 시점에 되레 돈줄을 조여 경제에 부담을 키웠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생각이었으면 지난해에 추가로 올렸어야 한다”며 “그랬다면 (올해 현실화된) 부동산 가격 거품 등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머뭇대는 동안 가계부채도 올해 들어서만 70조원 이상 늘어나며 1,500조원대로 진입한 상태다. 때늦은 금리 인상이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까지 가중시킨 셈이다.

금통위 안에서도 이러한 지적에 동조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보니 이날 금리 인상 결정에 반대하며 동결을 주장한 위원이 2명(조동철 신인석)이나 나왔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리면 비용이 상승해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고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내수 위축은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 부진은 심화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 연속 하락하며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은 98.4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수축기였던 2009년 5월(97.9) 이후 최저치다. 반년 후 경기 흐름을 미리 가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8.8) 역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금의 경기 부진 흐름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소폭 올렸지만 여전히 완화적이며 (이상적 금리 수준인) 중립금리 수준엔 미치지 않는다”며 내년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뒀다. 수출과 소비를 중심으로 내년에도 잠재성장률(2%대 중후반)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재차 내놨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이 내년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어 한은 전망대로 2.7% 성장이 가능할지 미심쩍다”며 “최근 수도권 집값 조정 등으로 금융안정 명분도 약화되고 있어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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