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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부시ㆍ고르바초프 맞잡았던 두 손, 트럼프ㆍ푸틴이 갈라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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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부시ㆍ고르바초프 맞잡았던 두 손, 트럼프ㆍ푸틴이 갈라놓나

입력
2018.12.02 15:00
수정
2018.12.02 21:3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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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지중해 말타서 만나

“미소, 미래지향적 협력 확신”

트럼프ㆍ푸틴은 INF 탈퇴 대립

조지 H 부시(왼쪽)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9년 12월 3일 지중해 몰타에 정박한 유람선 막심 고리키에서 이틀간의 회담을 마친 뒤 냉전의 종식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지 H 부시(왼쪽)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9년 12월 3일 지중해 몰타에 정박한 유람선 막심 고리키에서 이틀간의 회담을 마친 뒤 냉전의 종식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리는 영원한 평화시대로 가는 긴 여정의 출발선에 섰다. 무력 위협, 불신, 이념 투쟁은 모두 지난 일이다.”

1989년 12월 3일 지중해 몰타에 정박한 유람선 막심 고리키호.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디스코텍에 마련된 회견장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별세한 당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동서 진영간 대결구도를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냉전을 촉발한 45년 얄타회담 이후 미소 정상이 44년 만에 다시 만나 지긋지긋한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물론 양측이 강제성을 띤 구체적인 합의문에 서명한 것은 아니다. △동유럽 민주화 △군비축소 △경제협력 △지역분쟁 해소 등 전 세계의 당면 현안을 두루 논의하기에 1박 2일간의 회담은 너무나 짧았다. 자연히 두 정상은 원론적 의견 교환과 새로운 국제질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독일 문제는 첨예한 이슈였다. 폴란드, 헝가리 등 소련을 추종하던 공산 정권이 줄줄이 무너진 데 이어 회담 한 달 전 베를린 장벽마저 붕괴되면서 동유럽은 급속한 개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고 있었다. 급기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동서독 통일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유럽의 변화, 특히 독일의 통일은 제3자가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할 정도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여일 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이 참담한 최후를 맞이하면서 ‘붕괴 도미노’가 정점으로 치달았고, 이듬해 10월 독일의 통일로 유럽에 몰아친 혼돈의 비바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미소 정상이 대담하게 새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었던 배경은 전 세계가 핵무기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은 핵 군축을 다룬 양국 간 첫 합의다. INF에서 싹튼 신뢰는 몰타선언을 거쳐 91년 전략무기 감축에 합의하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1년간 유지돼 온 INF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뇌리에서 잊혔던 냉전의 망령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앞서 9월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으로 밀월관계를 과시한 중국ㆍ러시아의 결속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맞대응이자 군비경쟁의 신호탄이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쌓인 미국ㆍ러시아의 악감정에 올해 들어 무역전쟁으로 얽히고설킨 미국ㆍ중국 간 대결구도가 겹치면서 ‘신냉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실제 INF를 탈퇴하면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결전을 예고했다. 몰타에서 어렵게 내디딘 평화와 협력의 발걸음에 갈등과 대립의 먹구름이 잔뜩 내려앉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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