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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호 탐사 여정·신앙 갈등… 다윈이 직접 쓴 삶의 담담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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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호 탐사 여정·신앙 갈등… 다윈이 직접 쓴 삶의 담담한 기록

입력
2018.11.30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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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이 33세 되던 해 큰아들과 함께 있는 모습. 갈라파고스 제공
찰스 다윈이 33세 되던 해 큰아들과 함께 있는 모습. 갈라파고스 제공

19세기 사람들은 신이 독자적인 생물종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다. 현존하는 동·식물은 처음부터 현재의 형태로 존재했으며 인간은 신에 의해 특수한 자리를 부여받았다고 여겼다. 찰스 다윈(1809~1882)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생존투쟁을 거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형질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을 통해 생물이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진화론을 정리한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자 유럽사회를 지탱하던 종교적 관념이 뿌리째 흔들렸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인류는 신이 아닌 인간 중심의 주체적 사고관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다윈은 생전 자신의 발견이 과학계에 주류로 자리 잡고 종교·철학·역사학·물리학 분야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다윈의 자서전은 근대 형성의 한 축을 담당한 인물의 삶을 보여준다.

다윈이 진화론에 확신을 갖게 된 데는 1831년 비글호 해양탐사 경험이 계기가 됐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섬마다 핀치 새의 부리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윈은 영국의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 교육을 받은 상류층이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의사가 되려던 다윈은 어릴 적 공부보다는 도장, 조개, 광물질 등 온갖 사물을 수집하는 데 열중했다고 회고한다. 그는 의사가 되길 바란 아버지와의 갈등, 비글호 해양탐사를 권유한 헨즐로 교수와의 만남, 결혼과 자식에 관한 사랑까지 지난 삶의 궤적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간다.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찰스 다윈 지음·이한중 옮김

갈라파고스 발행·252쪽·1만2,000원

신앙에 관한 내적 갈등을 서술한 부분이 흥미롭다. 그는 한때 목사가 되려고도 했던 기독교인이었지만, 비글호 해양탐사를 마친 후 기독교를 신의 계시로 믿는 일을 그만뒀다. 그는 “유기체의 다양성이나 자연선택의 작용에 바람의 진로보다 더 훌륭한 설계가 내장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구절은 종교적 믿음이 강했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1887년 초판 출간 당시 삭제됐다. 이후 1959년 그의 손녀 로라 발로우에 의해 온전한 모습을 찾았다. 이번 자서전은 다윈이 쓴 기록을 모두 복원한 완역본이다.

다윈이 신에 대해 회의를 품었다지만, 신앙을 쉽게 버리지는 않았다. 만물의 시초에 대한 신비는 우리로서 풀 수 없는 문제이며,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고 결론지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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