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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영학]패션산업 꿰뚫어보는 ‘업에 대한 철학’이 성공 원동력

입력
2018.11.2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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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PPR(피노-프랭탕-루두트)이 케어링(Kering)으로 사명을 변경하겠다는 소식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럭셔리 시장에서 PPR의 영향력은 LVMH나 리슈몽그룹에 비해 미약해 보였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 럭셔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단연 케어링그룹이다.

목재회사에서 시작한 케어링그룹이 명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1999년 경쟁 기업인 LVMH와 명품 브랜드 구찌를 놓고 싸운 한판 승부 덕분이다. 당시 톰 포드의 디자인으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떠올랐던 구찌의 경영권을 확보한 케어링은 이후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수장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그룹으로 거듭나게 된다.

프랑스 명문 경영대 HEC를 졸업하고, 부친의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피노 회장은 엄격한 후계자 교육ㆍ선발 과정을 거쳐 2005년 케어링 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되면서 아버지 때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인수ㆍ합병을 통해 구찌에서 시작된 럭셔리 브랜드를 12개로 확장하면서 급격하게 변화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피노 회장은 인수할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기존 브랜드를 운영할 때 항상 케어링그룹이 시장 내에서 성장하되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의 의사결정을 내려왔다. 이러한 그의 경영 철학은 최근 이슈가 되는 온라인 시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경쟁사인 LVMH가 150여 럭셔리 브랜드를 모은 쇼핑몰 ’24 세브르(24 Sèvres)’를 오픈한 것과 달리, 케어링그룹은 각각의 브랜드별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하고 밀레니얼 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는 데 적극 투자했다. 이 결과 2016년 케어링그룹의 대표 브랜드 구찌와 생로랑의 온라인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22%, 75% 성장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구찌가 루이비통을 누르고 올해 10억유로 매출을 달성하면서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로 등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 전 세계 패션 시장은 급변하는 소비자 취향, 빛의 속도로 파급되는 유행, 그리고 빠르게 더 싼 제품을 만들어 내는 생산 기술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기에 피노 회장의 모든 의사결정이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경영 스타일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이 있다. 그는 패션 산업이 무엇으로 성장하는지, 지금의 소비자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업에 대한 철학’이 시장의 성공을 가져오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점을 피노 회장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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