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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빠’와 ‘문파’

입력
2018.11.22 18:00
수정
2018.11.23 16:4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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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베충, 문위병, 문슬림….’ 문재인 대통령을 추종하는 집단을 낮춰 부르는 용어로, ‘문빠’로 통칭된다. ‘~빠’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문빠에는 부정적 어감이 담겨 있다.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해”라는 식의 맹목적 충성으로 도를 넘는 행태를 보였다. 정치적 반대파뿐 아니라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진보정당이나 언론 등 우군에게까지 공세를 퍼부었다. 정치 참여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부정적 측면이 더 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문빠’가 사라지더니 ‘문파(文波)’라는 말이 등장했다.

□ 철학자 박구용은 근저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에서 “문빠와 문파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현실세계에서 둘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둘을 규범적 지평에서 구별했다고 밝혔다. 문빠는 ‘문재인의 정치 팬덤’이고, 문파는 ‘문재인의 정치를 매개로 시민 주권을 활성화시키는 정치 현상’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파는 비당파적 당파다. 하나의 이념을 가진 조직이나 기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실체적 권력을 향한 욕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단언했다. 지난 9개월 동안 다양한 문빠들을 만나 심층인터뷰를 통해 얻은 결론이라고 한다.

□ 문빠의 퇴행적 행태에 대한 역풍으로 이전처럼 “나도 문빠”라고 자처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 사태의 발단도 문빠의 폐쇄성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고 현 상황을 ‘문파’가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실천하는 단계라고 보기도 어렵다. 박구용의 말대로 문파가 ‘우리’ 안팎에 타자를 감금하고 배제하면 스스로 분화되면서 해체되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광장과 의회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문파를 인위적으로 조직하거나 조작하면 권력은 폭력으로 둔갑한다. ‘촛불혁명’에서 나타난 민의를 결집해 ‘2018년 체제’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조금도 개선될 조짐이 없고,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는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세대와 남녀, 계층과 이념의 대립과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문파’의 탄생이 시대의 흐름이고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정치의 위기, 대한민국의 위기에서 절실한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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