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우리말 톺아보기] ‘맞다’와 ‘걸맞다’

입력
2018.11.23 04:40
29면
0 0

“내가 어제 한 행동은 나이에 (걸맞는/걸맞은)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치수가 내 몸에 (맞는/맞은) 것이 없어.” 위의 문장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첫 번째 문장에선 ‘걸맞은’을 두 번째 문장에선 ‘맞는’을 써야 한다. 아마 ‘걸맞는’을 선택한 이는 ‘맞는’에, ‘맞은’을 선택한 이는 ‘걸맞은’에 이끌렸을 것이다. 이처럼 한 부류일 것 같은 ‘걸맞다’와 ‘맞다’를 달리 쓰는 것은 이들의 품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용언이 현재 시제 관형형으로 쓰일 경우 형용사는 ‘-은/-ㄴ’으로, 동사는 ‘-는’으로 활용한다.

“그의 교육 이념은 촛불 시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걸맞다/걸맞는다).” “그건 네 말이 (맞다/맞는다). 위의 문장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평서문의 서술어로 쓰이는 형용사와 동사의 활용 원칙에 따르면, 첫 번째 문장에선 ‘걸맞다’를 두 번째 문장에선 ‘맞는다’를 써야 한다. 이때도 역시 앞의 경우와 같은 혼란이 일어난다. 다만 주목할 점은 두 번째 문장의 경우 ‘맞는다’보다 ‘맞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맞다’를 비문법적이라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 ‘맞는다’의 자리에 ‘맞다’를 쓰는 사람이 많은 건, 동사 ‘맞다’와 형용사 ‘옳다’를 비슷한 말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이처럼 동사이면서도 형용사적 의미 특성을 지닌 말들은 동사의 일반적 활용 방식과 다른 양상을 보일 때가 있다. “나와 닮은 사람이 많다”나 “틀린 표현을 찾아라”에서 ‘닮다’와 ‘틀리다’가 형용사의 활용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법 범주는 명료하고 견고한 틀처럼 보이지만, 그 틀의 가장자리는 언제나 흐릿하고 흔들린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