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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인도 홍차로 튄 이란 제재 불똥

입력
2018.11.19 16:03
수정
2018.11.19 21: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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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입국 이란 수출길 막혀

美 눈치 보느라 계좌 이용도 위축

인도의 홍자 주산지인 아삼에서 한 여성이 잎을 따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인도의 홍자 주산지인 아삼에서 한 여성이 잎을 따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도 홍차가 된서리를 맞았다. 국제사회가 온통 이란산 원유 수출 금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때 인도 시골의 홍차 재배 농가도 남모르게 애간장을 태웠던 셈이다. 원유와 홍차,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두 품목이 어떻게 연결된 것일까.

인도는 지구촌의 최대 홍차 수출국이다. 전 세계 수요의 40%가량을 충당한다. 더구나 매년 5%씩 수출량이 증가하는 유망산업이다. 아삼과 다르질링 지방을 중심으로 1845년 홍차를 상품화하기 시작해 2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며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하필 이란도 인도 홍차의 ‘큰손’이다. 지난해 이란은 인도 홍차의 7.4%를 수입해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 수입국에 올랐다. 돈으로는 1억달러(약 1,130억원)에 달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규모가 곱절로 빠르게 성장했다. 인도 정부가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투자를 늘려 이란 국민이 선호하는 고품질의 홍차로 시장을 파고든 덕분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란 수출길이 막히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9월 기준으로 수출액이 13%나 급감했다. 그나마 이달 5일 이란 제재가 발효되기 직전까지 수치다. 제재 시행 이후에는 얼마나 더 상황이 악화됐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물론 홍차를 비롯한 농산물은 원유, 금, 자동차 등 다른 품목과 달리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인도와 이란이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다. 문제는 수출입에 따른 대금 처리다. 미국 달러화를 주고받으면 제재 위반이고, 이란 은행 계좌를 이용하자니 미국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인도 업체들이 위험을 감수하기 쉽지 않다. 제재 시행에도 불구, 인도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8개 예외국에 포함됐지만 어디까지나 6개월 시한에 불과하다. 6개월이 지나면 새로 홍차 재배를 시작해야 하는데 수출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으니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비벡 고엔카 인도차협회장은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이란과의 거래가 중단된다면 우리에겐 재앙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급기야 홍차를 수출하고 이란 원유를 받아 물물교환을 하거나, 결제 화폐를 인도 루피화로 바꿔 미국 제재를 피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인도는 수출선을 미국, 독일, 일본 등으로 다변화하고 내수 진작을 통해 홍차 재배 농가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이란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념한 듯 “우리는 일개 사업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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