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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존중사회,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야

입력
2018.11.2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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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웹툰이 원작인 TV 드라마 ‘미생’이 방송 몇 년이 지난 요즘에도 회자되는 것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노동 현실을 생생하게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勞動’과 늘 함께 하고 있다. 임금노동자는 1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수준인 2,000만 명에 달하는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노동은 단순히 의식주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가족의 행복까지 직결되는 우리 삶 자체이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의 현실은 여전히 힘들다. 지난 30년간 기업규모와 고용형태를 중심으로 노동자들 간의 격차가 커져왔고, 그 격차의 폐해가 하청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사회갈등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노사관계와 법ㆍ제도는 제조업ㆍ전일제ㆍ정규직 노동을 전제로 하고 있어 달라진 노동시장 환경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勞動’ 존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보장이 필요하다. 노동은 그 자체로 존엄과 가치를 가지므로 일의 겉모습만으로 차별받지 않고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권리가 노동기본권이며, 가장 기본적인 보장방안 중 하나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것이다. 핵심협약이란, 말 그대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최소한의 노동기준을 말한다. ILO와 국제사회는 그간 비준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 수십 차례 권고를 해 왔고, 우리가 체결한 16개의 자유무역협정(FTA) 중 9개의 협정문에도 노동기본권 조항이 있다.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권 뿐만 아니라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통상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헌법 개정만큼 어려운 것이 노동법 개정이라는 말이 있다. 노사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사관계 관련 법ㆍ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예전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노사정과 전문가가 참여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에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에서 핵심협약과 관련된 법ㆍ제도 개선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각자 입장과 여건이 달라 어려움이 많지만, 국민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논의인 만큼 노사의 적극 참여를 당부드리고 싶다. 달라진 환경에서 시대 흐름에 맞게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노사정 모두의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경제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청년,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 힘든 여건에 있는 분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진다. 고용과 노사관계 담당 부처의 장관으로서 기업 현실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노동자분들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함께 갈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처럼, 노사를 포함한 모든 사회ㆍ경제 주체들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오랜 시간 견고하게 굳어진 노사관계와 법ㆍ제도를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정부와 경사노위는 끊임없이 노사를 설득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 다시 한번 노사의 적극 참여를 당부드린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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