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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시험장까지 10만원”… 위험천만 ‘퀵서비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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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시험장까지 10만원”… 위험천만 ‘퀵서비스 전쟁’

입력
2018.11.19 04:40
수정
2018.11.19 08:5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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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2019학년도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또 다른 학교의 고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2019학년도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또 다른 학교의 고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꽉 잡고 더 바짝 붙어요!”

18일 낮 12시쯤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치러진 경제ㆍ경영학부 논술 고사 종료 시간이 되자 정문 앞이 여기저기서 몰려온 오토바이 수십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동을 건 채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출발할 기세. 잠시 뒤 정문을 통해 황급하게 뛰어나온 수험생들이 오토바이 뒷좌석에 몸을 싣자, 운전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어딘가로 내달렸다.

이들 정체는 퀵서비스 오토바이. 평소 배달하는 물건 대신 조금 더 비싼 값을 받고 수험생을 다른 시험 장소로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날 서강대와 경희대 두 곳에서 논술 시험을 치른 수험생 최모(18)씨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는 게 위험하긴 하지만 시험 하나라도 더 보려면 10만원을 주고 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후 첫 주말인 17ㆍ18일 서울 주요 대학들에서 ‘퀵서비스 전쟁’이 벌어졌다. 수시 논술시험 때면 시험 고사장 앞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 그 때마다 수험생이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우려와 걱정이 적지 않지만 이 때가 대목이라는 퀵서비스 업체들과 보다 많은 시험을 쳐야 한다는 학생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오토바이 질주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수험생들이 퀵서비스 오토바이 기사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 대학별로 치러지는 논술 시험이 수능 직후에 몰리면서 하루에 여러 곳에서 시험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 시험이 끝나고 시작되는 시간 간격 상 택시나 버스 같은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는 시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수시 모집 비중이 76.2%로 역대 가장 높은데다 수능이 유례 없이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수시에서 승부를 보려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논술전형 응시자도 평소보다 훨씬 많아져 퀵서비스 업체에는 예약 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퀵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2주 전에 이미 예약을 마감했는데도 수능 시험 이후 오토바이 기사를 추가로 투입해야 할 만큼 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험생 안전이다. 빠른 시간 내 시험 장소에 도착하는 게 급선무라 차량 사이를 파고 드는 곡예운전은 물론, 안전모 등 기본적인 장구마저 빠트리기 일쑤. 지난주 성균관대에서 연세대까지 8㎞ 거리를 7만원을 주고 10분 만에 이동했다는 재수생 천모(19)씨는 “퀵서비스 업체에서는 경력 많은 베테랑 기사를 보내주겠다면서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안심시켰지만 차량 사이사이를 질주하느라 오는 내내 불안했다”고 말했다.

사고로 이어진다면 더욱 큰일이다. 퀵서비스 업체 자체가 소비자 피해에 보상 능력이 부족한데다 실제 이렇다 할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오토바이의 경우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드물고, 가입했다 하더라도 유상운송은 보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도 이들의 질주를 막을 수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이용한 운수행위가 불법이라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단속 할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강희영(48)씨는 “다음 학교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딸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야 가슴을 쓸어 내렸다”며 “위험한 건 알지만 대학은 가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긴박한 데 위험한 질주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이번 주 24~25일에는 한양대, 중앙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등이 오전과 오후에 나눠 논술 고사가 예정돼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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