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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기차여행…산도 물도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입력
2018.1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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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테마열차 여행 ②중부내륙열차 O트레인 

늦가을 산악지역을 달리는 O트레인.
늦가을 산악지역을 달리는 O트레인.

기차여행은 언제나 가슴 설레지만, 가을의 끝자락에 딱 좋은 곳을 꼽으라면 단풍이 사그라지는 강원과 충북 산간 지역이다. 중부내륙열차 O트레인을 타고 찾아간 제천은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일깨웠다.

2013년 4월 개통한 중부내륙열차 O트레인은 6개 시도를 하나(One)로 연결하는 관광열차다. 서울역을 출발해 영등포~수원~천안~오송~청주~충주~제천~단양~풍기~영주~봉화~춘양~분천~양원~승부역을 거쳐 태백의 철암역까지 운행한다.

O트레인은 외관이 다람쥐를 쏙 빼닮아서 일명 ‘다람쥐열차’라고도 부른다. 열차를 타기 전 ‘인증샷’ 하나쯤 남기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내부 역시 일반 열차와 다르다. 2인석 외에 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위한 1인석, 일행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족석, 내 집의 푹신푹신한 소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별실(패밀리룸과 커플룸)을 갖추고 있다.

O트레인 김혜진 승무원. 코레일 사내모델 ‘레일스타’로 활동하고 있다.
O트레인 김혜진 승무원. 코레일 사내모델 ‘레일스타’로 활동하고 있다.
O트레인의 패밀리룸.
O트레인의 패밀리룸.
따로 또 같이…O트레인의 1인석.
따로 또 같이…O트레인의 1인석.

청량리역~제천역 무궁화호 요금은 9,200원인데 반해 서울역~제천역 O트레인 요금은 3배 수준인 2만7,300원이다. 운임으로만 따지면 O트레인의 판정패다. 하지만 청량리역까지 지하철로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원역이 가까운 사람은 O트레인을 타는 게 현명하다. 천안역에서 장항선, 오송역에서 경부선과 호남ㆍ전라선으로 갈아타는 승객도 유리하다. 따로 또 같이, 1인석과 별실의 편안함은 비싼 운임을 충분히 보상한다. 속도가 미덕인 시대에 느림이 주는 여유도 좋다. 오전 8시20분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11시17분 제천역에 도착한다. 참고로 2~4명이 함께 별실을 이용하면 최대 2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예매.

 ◇의림지, 삼한시대 감성으로 일상탈출 

제천역에 내려 먼저 제천의 상징적 관광지 의림지로 향한다.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가뭄과 침수로부터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해 삼한시대에 축조한 저수지다. 지금은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산책코스로 이용된다. 호수를 바라보며 200~300여년 된 소나무 숲길을 걷다가 우륵정, 경호루, 영호정 등 마음에 드는 정자에서 쉬어간다. 시원스럽게 물을 쏟아내는 용추폭포와 수경분수는 일상에 지쳐 잠들었던 감성을 되살린다. 제천역에서 31번 버스를 타면 의림지까지 약 25분이 걸린다.

제천 의림지 가을 풍경.
제천 의림지 가을 풍경.


 ◇청풍호관광선 타야 만나는 비경 옥순봉과 구담봉 

청풍호(제천시는 청풍호, 충주시는 충주호라고 부른다)는 1985년 완공된 충주댐으로 형성된 인공호수다.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랜드, 청풍호 관광모노레일, 관광유람선, 오토캠핑장, 리조트 등 즐길거리를 고루 갖추고 있어 제천 여행의 성지로 통한다.

청풍호관광선 선착장
청풍호관광선 선착장
단양팔경 옥순봉은 청풍호관광선을 타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단양팔경 옥순봉은 청풍호관광선을 타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도 최고는 청풍호관광선이다. 청풍나루에서 장회나루까지 오가는 배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단양팔경인 옥순봉과 구담봉을 비롯해 청풍호 좌우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호수를 가르는 뱃전에 서면 바람까지 시원해 몸과 마음이 절로 상쾌해진다.

청풍나루~장회나루를 왕복하는 충주호관광선 요금은 어른 기준 1만5,000원이다. 제천역 인근 남당초등학교 정류장에서 950, 952, 953, 961, 970, 971, 980, 982번 시내버스를 타고 청풍문화재단지에서 하차하면 바로 청풍나루터다. 약 1시간이 걸린다.

 ◇산도 물도 사람도 느리게…제천수산슬로시티 

제천 수산면은 박달재 지역과 함께 2012년 10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타이틀은 ‘시티’지만, 수산면은 제천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다. 이곳에선 산도 물도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느림에서 오는 여유를 만끽하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마을 주민들의 온정으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담뿍 담았다.

제천 수산슬로시티 측백나무숲.
제천 수산슬로시티 측백나무숲.
수산슬로시티의 카누ㆍ카약 체험.
수산슬로시티의 카누ㆍ카약 체험.
측백나무로 나만의 공예품 만들기, 측백공작체험.
측백나무로 나만의 공예품 만들기, 측백공작체험.

활동적인 성격이라면 마을 국궁장에서 진행하는 활쏘기, 옥순봉 비경 아래 청풍호를 누비는 카누ㆍ카약 체험을 추천한다. 늦가을 정취 속에 사색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측백나무숲길 산책이 좋다. 60여년 수령의 측백나무 4,000여 그루가 뿜어내는 기운과 향기가 온몸의 감각을 되살린다. 1.4km의 산행코스는 월악산 영봉이 보이는 지점과 두무산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연결돼 있으며, 청풍호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로 이어진다. 산행 후에는 측백나무의 산산한 향기를 간직할 체험이 기다린다. 측백향수 만들기, 공예품을 만드는 측백공작체험, 산행의 피로를 씻어주는 측백족욕체험 등이 준비돼 있다.

제천역 인근 남당초등학교 정류장에서 961, 970, 980번 버스가 수산면사무소까지 운행하지만 1시간30분 이상 걸린다. 대중교통보다는 제천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박준규 기차여행 전문가 sak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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