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편집국에서] 미중 냉전 시대의 한국 경제

입력
2018.11.12 04:40
30면
0 0

“중국은 경쟁 국가를 먹잇감 삼아 자국의 제조업 기반을 성장시키면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됐다. 그 대표적 먹잇감이 미국이다. 이전의 미국은 이를 눈감아 줬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지난달 허드슨연구소에서 40분간 한 연설의 골자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공산당은 모든 공무원과 기업에게 미국 경제의 주춧돌인 지적재산권을 갖은 수단을 동원해 획득할 것까지 지시했다”며 “중국은 이러한 기술로 새 무기를 만들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려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 선거와 여론 형성에도 개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중국과 한판 전쟁이라도 벌일 태세다. 중국에 대한 미 보수세력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더글러스 딜런 미 하버드대 교수는 이 연설을 “중국과의 신냉전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 미중 냉전 시대를 공식화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미국과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미소 냉전 종식 29년 만에 다시 전 세계에 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600억달러의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린 데 이어 또 다른 2,000억달러의 제품에도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을 향한 신냉전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9일부터 시작되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만나 극적인 타결을 이룰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반대의 경우엔 양국 간 갈등은 되돌리기 힘든 수준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사실 미중 충돌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시 주석은 2013년3월 취임 일성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중국을 중심으로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 놨다. 과거 중국이 가장 번성했을 때 주변국에서 조공을 받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구상은 미국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센카쿠 열도로 군함을 보내고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든 것은 결정적이었다. ‘신형대국관계’ 운운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중국을 미국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칼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를 버리고 고개를 너무 일찍 쳐든 게 악수였다는 분석이 적잖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 전쟁은 필연이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형국이다.

문제는 우리다. 미중 충돌은 무역분쟁이든 신냉전이든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이다. 미소 냉전도 무려 44년간 계속됐다. 미중 냉전은 이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의 1,2위 무역국이 바로 중국과 미국이다. 한국의 피해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미중 냉전이 본격화할 경우 결국 우린 양쪽으로부터 친구인지 적인지 분명히 하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칫 냉전은 열전으로 바뀔 수도 있고, 한반도 정세도 급변할 것이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은 더 이상 안 통한다.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국가의 민족의 운명이 다시 한번 크게 소용돌이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처한 대외 환경은 이처럼 엄혹하다. 안으로도 투자와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고용 절벽은 참사 수준이고 소비까지 약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은 국제 경쟁력의 한계에 직면했는데도 이를 대신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양극화도 줄어들긴커녕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경제팀이 새로 꾸려졌다. 우물 안만 보지 말고 세계사의 큰 흐름 속에 긴 안목을 갖고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도전을 기회로 바꾸는 게 경제팀의 능력이자 사명이다.

박일근 경제부장 ik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