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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18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나라가 아니다!

입력
2018.11.12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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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전복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를 ‘징계 0명’의 경미한 비위 행위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속히 예술인들과 시민들의 요구와 외침에 귀기울여야 한다.

2016년 광장의 촛불은 오직 하나 “법과 정의가 세워진 나라”를 요구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집권세력이 국가기관, 공공기관 등을 통해 법∙제도∙정책∙프로그램∙행정 등의 공적(公的) 또는 강요∙회유 등의 비공식적 수단을 동원,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른 문화예술인들을 사찰∙감시∙검열∙배제∙통제∙차별하는 등 권력을 오∙ 남용함으로써 민주주의 원리를 파괴하고, 예술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한 국가범죄이자 위헌적이고 위법, 부당한 행위다. 청와대, 국정원, 문화부, 대다수의 문화 지원 공공기관들이 공모하고 참여해서 집행한 시대착오적인 국가정책이자 문화행정 시스템이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2670건의 책과 영화, 연극 등이 파묻혀진 현대판 분서갱유였다. 342개 단체와 각종 시국선언 사찰∙검열 명단까지 포함하면 총 2만1,362명에 대한 민간사찰, 개인정보보호 침해, 예술 검열과 지원 배제 등이 자행된 심각한 국가범죄이자 문화행정 파괴 행위다.

2016년 무대에 있어야 할 예술인들이 차가운 광장에서 더운 숨을 내뿜으며 촛불을 들고 피켓을 들고 천막을 세웠다. 그런데 촛불혁명 이후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2018년, 우리가 마주한 세상은 어떤가? 우리는 여전히 “법과 정의가 세워진 나라, 헌법을 준수하라!”며 광장에 서있어야 한다. 지난 11월 3일에는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문화예술인 대행진 “블랙리스트, 블랙라스트”에 나서야 했다. 131개 단체, 2166명의 개인이 참여한 선언과 대행진이었다. “블랙리스트 국가범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각성과 성찰은 본 범죄 실행에 관여한 관료 공무원들을 엄중히 처벌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외침과 미진한 진상규명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책임 당사자인 국회와 대통령이 세우라는 요구였다. “시키는 대로 해서 죄가 없다“는 관료 조직과 정부의 논리는 ”부정한 의도로 또 다시 이런 국가적 범죄가 반복되도록 방치하겠다“는 논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분노였다.

그간 우리 삶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문화예술은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얄팍한 마케팅 구호로 이용될 뿐, 존엄과 존중의 대상이 아니었다. 문화예술은 우리 사는 세상에 별개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삶의 근간을 지탱하는 숭고한 태도다. 이러한 문화정책∙행정 전반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담겨있다. 구체적인 요구안으로 블랙리스트 사태에 불법 공모한 131명의 문화기관 관료에 대한 책임규명 권고안 즉각 이행,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책임규명 이행 축소∙왜곡∙방해∙셀프면책 책임자 문책, 미진한 진상규명과 검열당하고 배제당한 예술인들의 명예와 권리회복을 위한 정부∙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기구 설치, 문화예술정책∙행정 등 민관협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화 시행 등을 요구했다.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고 진정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국정운영의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문재인 정부가 가져야 할 당연한 책무다. 정당함과 옳음을 요구하는 주권자의 외침이 묵살당하고, 부정한 공권력의 사용에 대한 당연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자들의 정치논리에 예술이 도구화되는 예술 전복의 재앙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촛불혁명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광장과 거리로 나선 예술인들의 외침은 여전히 하나다. “법과 정의가 세워진 나라.” 그 외침이 다시 배반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예술인들은 부조리와 부당함을 방관하고 주권자로서의 권리 회복을 가로막는 어떤 부정한 세력과 제도에 대해서도 끝까지 저항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다.

이동민 독립기획자ㆍ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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