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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은 ‘고시원’ 등록은 ‘기타 사무실’… 화재 점검 대상서 빠진 벌집촌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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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은 ‘고시원’ 등록은 ‘기타 사무실’… 화재 점검 대상서 빠진 벌집촌 수두룩

입력
2018.11.09 20:00
수정
2018.11.09 23:3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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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감식을 벌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감식을 벌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10개월 만에 다시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1월 서울 종로 여관에서 6명이 사망한 방화가 벌어진 데 이어 9일 오전에는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화재로 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 사고는 ‘벌집촌’이라고 불릴 만큼 좁은 방이 밀집된 건물 구조에 스프링클러 등 화재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불이 난 국일고시원은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거주시키기 위해 많은 방들이 한 층에 벌집 구조로 밀집돼 있었다. 불이 난 3층에만 한 명이 겨우 지낼 수 있는 정도의 면적(3.3㎡~9.9㎡)을 가진 객실 29개가 다닥다닥 붙은 밀집 구조다.

출입구 역시 여느 고시원처럼 하나밖에 없었다. 미로처럼 돼 있는 복도 구조상 이번처럼 출입구 쪽에서 불이 날 경우 외부로 탈출할 길이 봉쇄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 이날 사고로 사망한 7명 중 두 명은 건물 안쪽 객실 내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대형 화재 종로 고시원 내부구조 = 그래픽 송정근기자
대형 화재 종로 고시원 내부구조 = 그래픽 송정근기자

화재 점검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1983년 지어진 후 용도를 ‘고시원’이 아닌 일반 사무실에 해당하는 ‘기타 사무소’로 등록해 지금까지 바꾸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다중이용시설과 위험시설을 점검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했지만, 이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임에도 기타 사무소로 분류돼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고시원으로 용도를 바꿔 등록하면 일반 사무실보다 소방시설은 물론 공용, 환경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굳이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대피로 확보 차원에서 복도도 1.2m 이상 넓혀야 하고, 소음방지 시설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고시원들이 편법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화재에 취약한 건물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이번 관수동 고시원처럼 2009년 7월 이전에 건축된 다중이용업소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를 적용 받지 않는데, 이에 해당하는 고시원만 서울에 1,3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국일고시원처럼 서류상 고시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곳까지 더한다면 실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중이용업소에서 3,035건, 이 중 고시원에서만 252건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조차 없는 고시원은 안전 무방비 지대에 있다는 얘기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과 시간 부족을 이유로 현재까지 221곳만 진행됐을 뿐이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벌집 구조라는 고시원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화재 시 거주공간에서 즉각 대피가 가능하도록 건물 구조를 새로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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