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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발표 하루 만에… 북미 고위급회담 돌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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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발표 하루 만에… 북미 고위급회담 돌연 연기

입력
2018.11.07 17:39
수정
2018.11.07 22: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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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후 새벽 성명 “일정 재조정”

정부, 비건 전화 받고 상황파악 주력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월 평양을 방문해 오찬장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양측은 8일 다시 만날 예정이었지만 국무부는 7일 “회담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월 평양을 방문해 오찬장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양측은 8일 다시 만날 예정이었지만 국무부는 7일 “회담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8일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됐다. 회담 일정 발표 하루 만이다. 양측의 말 바꾸기가 처음은 아닌지라 일단 치열한 샅바싸움으로 보이지만, 비핵화 협상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장기화될 우려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새벽 성명을 통해 “이번 주 뉴욕에서 열기로 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관리들의 회담이 차후에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 양측이 가능한 일정을 파악해 조정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화의 끈은 이어가지만 후속 일정을 잡지 못할 정도로 서둘러 회담 연기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다. 앞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후 베이징발 뉴욕행 항공권을 예약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며 상황파악에 주력했다. 전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새로운 접근법을 기대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던 것과 딴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달성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면서 “회담 연기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비핵화-제재 완화 막판 조율 실패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주 줄곧 “내주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확한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무부가 5일에서야 ‘8일 회담’을 발표했지만, 이후 하룻동안 북한 대표인 김 부위원장은 평양을 떠나지 않았다. 막판까지 양측이 조율에 나선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회담 날짜를 먼저 정해 놓고 서로 압박수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않기에는 좀 이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양측이 틀어진 것은 대립의 중심 축인 비핵화와 제재 완화 사이에서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전날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4가지 합의를 모두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을 유인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당근을 쏟아냈다. 북한이 버티는 비핵화 외에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전향적인 메시지였다.

미국은 동시에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강조했다. 북한이 선물 보따리를 받고 싶으면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반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제재를 풀라고 촉구하며 그전에 협상은 어림없다고 공언해왔다. 김 위원장이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언급했지만,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행동에 나서겠다는 조건부 약속에 불과한 셈이다. CNN은 “북한의 위협에 상관없이 미국이 제재를 고수해야 북한이 핵 개발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핵화 방식을 놓고도 양측은 입장이 갈린다. 북한은 풍계리 실험장처럼 시설을 폐기해 외부에 보여주는 ‘셀프 비핵화’를 선호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정상간 합의로 일단락 짓고 실무차원의 복잡한 검증과 사찰을 피하려는 북한의 ‘톱다운’ 방식에 미국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서로 칼자루 쥐고 흔들어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 미국 중간선거 직후 회담이 연기된 것도 공교롭다. 하원을 내준 트럼프 정부는 내년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에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조급한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반면 북한도 미국이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한 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쉽지 않다. 북미가 서로 발목을 잡고 상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북 제재의 효과를 감안하면 시간은 미국 편이지만 북한이 움직이지 않으면 비핵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양측은 내부 정비를 마친 뒤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수순을 밟겠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지난 8월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딴지를 걸어 방북이 무산된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한달 여의 조정기를 거쳐 10월 초에야 평양에 도착했다. 전례가 반복된다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년 초쯤으로 예고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후속 남북 정상회담 일정도 줄줄이 어그러질 수 있다.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에도 미국은 D데이 직전까지 회담 무산, 재검토 발언을 흘리며 북한과 신경전을 벌였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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