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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코라시아포럼] “동북아 안정돼야 아시아 국가간 투자ㆍ무역ㆍ교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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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코라시아포럼] “동북아 안정돼야 아시아 국가간 투자ㆍ무역ㆍ교류 활성화”

입력
2018.11.07 15:17
수정
2018.11.07 22: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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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세션 대담

'한반도 평화, 아시아의 기회와 도약'을 주제로 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코라시아 포럼의 특별대담에서 정세현(가운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왼쪽부터 로흐만 다우리 전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장관, 정 이사장,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러시아 발다이클럽 연구소장. 홍인기 기자
'한반도 평화, 아시아의 기회와 도약'을 주제로 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코라시아 포럼의 특별대담에서 정세현(가운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왼쪽부터 로흐만 다우리 전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장관, 정 이사장,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러시아 발다이클럽 연구소장. 홍인기 기자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 아시아의 기회와 도약’을 주제로 진행된 본보 주최 코라시아 포럼 특별 대담에는 로흐민 다우리 전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 장관과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러시아 발다이클럽 연구소장이 참여했다.

다우리 전 장관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아시아 국가 간 투자, 교역 활성화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하며, 인도네시아가 향후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 확대를 위해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보르다체프 소장은 남북ㆍ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 러시아의 정치적ㆍ경제적 입지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미국이 북한에 체제 보장 안을 제공함으로써 답보 상태인 북미 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회는 29~30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맡았다.

정 이사장=멀리서 오신 두 분에게 환영 인사를 전합니다. 러시아와 한국은 최근 정치적 왕래가 많지 않았고,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중심국임에도 한국과 깊은 관계가 없었습니다. 한 가지 공동 질문을 드립니다. 한반도에 격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6월 진행됐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늦어도 내년 초에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관계가 변화하면 동북아 국제질서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의 변화가 러시아, 인도네시아를 비롯 아시아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보르다체프 소장=먼저 이렇게 중요한 포럼을 개최하신 주최 측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러시아에는 ‘러시아는 아시아로의 피봇(Pivotㆍ중심)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키워드는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교류, 협력 증대를 통해 러시아, 극동 지역을 개발하고자 위함입니다. 러시아는 러시아와 극동 경제를 아시아 경제와 통합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동북 아시아에는 평화, 안정성, 예측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수많은 자원, 농산품 등을 아시아 시장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물류, 운송과 관련해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한국이 러시아와 연결되면)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인 교역 안정성에 기여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남북 관계 개선, 북미 대화 시작을 환영합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가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합니다.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북한에 많은 보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주변국 경험을 토대로 볼 때, 핵을 포기하면 체제가 불안정해진다는 점을 북한이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는 강력한 (체제) 보장을 평양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현재) 미국 외교정책에서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고, 특히 동맹국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다우리 전 장관=아시아 국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포럼을 준비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항구적 평화체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한국,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전체 아시아, 세계를 위해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 안정이 전제돼야 투자, 무역, 교류를 할 수 있고, 경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 투자ㆍ교역에 있어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윈윈(win-win)’해왔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6,700만명의 인구를 가진 국가이자, 16대 경제대국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이고,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실업률을 비롯, 다양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올해 기준, 하루 0.8달러로 살고 있는 사람은 2,600만명이라고 합니다.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세계은행의 기준(2달러)으로 잡으면 9,000만명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착은 다른 국가와의 교역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인도네시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과의 오랜 우정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는 한반도 평화를 지원할 것이라 믿습니다.

정 이사장=말씀하셨듯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국의 투자, 교역 규모는 베트남에 비해 작습니다. 투자, 교역을 늘리기 위한 인도네시아의 방안이 있는지요?

다우리 전 장관=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조코 위도도 대통령 리더십 하에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항만, 공항, 도로, 전력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도 대대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외국인 투자자, 관광객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관련 교육도 진행 중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자원 부국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중ㆍ저소득 국가에 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외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지역별로 경제적 격차가 상당합니다. 전체 면적 15%를 차지하는 지역의 경제력이 전체의 85%에 달하는 상황인 만큼 현 대통령은 저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정 이사장=경제협력을 위한 핵심적인 사항은 인프라라는 점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러시아에 묻겠습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당시, 중국 리커창(李克強)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둥과 서울을 잇는 고속철도를 놓자고 제안했는데, 그건 중국이 적어도 절반 정도는 투자할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과거 러시아도 2002년 남북이 철도ㆍ도로를 연결하고자 할 때, ‘남쪽에서 올라오는 기차가 평양, 원산을 거쳐 블라디보스톡으로 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인 바 있는데, 남북이 다시 추진하고 있는 철도 현대화 작업과 관련 러시아의 투자 용의가 있다고 보십니까?

보르다체프 소장=저는 러시아 철도 관련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이 중국이냐, 러시아냐를 두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몽골 등으로도 모두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적 역량,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연결성이 매우 중요한데, 아시아는 연결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 이사장=북한이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거라고들 합니다. 전세계 기업이 북한에 몰려들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해수부 장관 출신으로서 해상무역 관련, 인도네시아가 준비하고 있는 사안, 투자 계획은 있는지요?

다우리 전 장관=5년, 아니 3년 내 투자와 무역 흐름이 북한 쪽으로 흐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새로운 것이 생겨나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남북이 투자 유치를 두고 경쟁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자 장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상당한 재화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북한 역시 (북한이 보유한 자원을 바탕으로) 남한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한가지 남북이 가진 장점을 말씀 드리면, 한국 대기업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할 때 기업들은 근로자를 많이 파견하지 않습니다. 정부 데이터를 기준으로 파견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중국 기업은 전체 근로자 10%가 중국인이었습니다. 이것은 인도네시아 현지 국민에게는 매우 우려되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정 이사장=북미 정상회담 이후 5개월 동안 비핵화, 북미관계 개선에 진전이 없었습니다. 미국 관련 상당한 정보를 축적한 국가가 러시아인 만큼, 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답보 상태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보르다체프 소장=러시아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지지했습니다. 동시에 한국 정부의 노고도 지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을 지지하고, 대북제재 문제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준에 따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노동력 사용을 줄임으로써 러시아 지역경제가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현재 의미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전략을 계속 바꾸고만 있습니다. 북한의 행동이 오히려 예측 가능한 상황입니다. 러시아 학계는 미국이 먼저 북한에 뭔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는 ‘탱고를 추기 위해선 2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이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상황이 바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 이사장=미국이 움직이도록 러시아가 모종의 역할을 할 수는 없을지요? 러시아가 미국의 행동을 지적하면 임팩트가 클 테니 말입니다.

보르다체프 소장=러시아의 입장과 영향력, 북러 관계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냉전 이후 러시아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오랜 시간 동안 회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시아와의 대외 정책, 특히 북한과의 관계를 다루는데 있어서 많이 물러서는 입장을 가졌습니다. 러시아는 항상 이웃 국가인 중국이 북한에 어떤 정책을 취하는지 예의주시해왔습니다. 특히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중국의 입장과 접근법을 지지해왔습니다. 러시아는 중국과 동일한 영향력을 미치려 하지 않습니다. 미국 입장을 러시아가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대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2002년 1월부터 2004년 6월까지 29~30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국가정보원 원장 통일특별보좌석, 민족통일연구원 원장 등을 맡았다.

◆로흐민 다우리

전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장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해양수산부 고문위원, 해양 및 연안자원 연구센터 고문위원, 민주투쟁당(PDI-P) 해상수산분과위원회 회장, 수산양식 소사이어티 대표를 맡고 있다. 제주도 명예대사기도 하다.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러시아 발다이클럽 연구소장. 유라시아경제위원회 위원장 자문위원, 아시아 및 유라시아 발다이클럽 프로그램 책임자, 러시아 세계경제국제문제대 유럽 및 국제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미래전망: 향후 20년간 아시아와 러시아를 위한 시나리오’(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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