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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이명박 41위 vs 문재인 57위

입력
2018.11.06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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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예산과 사회기금을 일자리가 없어진 계층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정책을 폈다. 사회 구성원이 아픔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정책이 추진됐다. 은행이 기업이나 사람들에게 전통적 기능인 돈만 빌려주는 것을 넘어서 공익을 위한 투자에도 나섰다. 이런 정책으로 ‘사회 동반자’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일자리와 소득 나눔이 이뤄졌고 거시경제 지표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한국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경제성적도 좋았고 국민들의 행복감도 높아졌다.”

최근 ‘경제를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한 청와대 관계자라면 크게 반길 소식이다. 그러나 꼼꼼한 독자라면 오래 전 한국일보에 나온 기사란 걸 알 것이다. 그렇다. 2016년 1월21일자 한국일보 신년기획 <저성장시대 행복리포트> 일환으로 게재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존 헬리웰 명예교수 인터뷰다. 거의 2년 전 기사를 내가 어렵지 않게 기억해 낸 건 당시 워싱턴 특파원으로 그를 만났기 때문이다.

광화문에 촛불이 등장하기 훨씬 전이므로, 헬리웰 교수가 칭찬한 건 문재인 정부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과 미소금융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기간이던 2010~2012년 헬리웰 교수가 측정한 한국의 유엔 행복지수 순위(41위ㆍ2018년 57위)는 지금보다 높았다.

청와대는 ‘소득주도’라는 이름만 ‘포용’으로 바꾼 경제정책이 내년엔 효과를 낼 거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이 일제히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지 않았더라도, 개인적으로 청와대를 믿기 어렵다.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수준을 뛰어넘어 오만한 ‘반시장 정책’이 초래한 ‘시장의 반격’ 징후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인들을 만날 때 오가는 재테크 주제가 변했다. ‘부동산을 사라’, ‘어떤 주식을 사라’는 말이 사라지고 ‘달러를 사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는 “금리 인상을 실기했기 때문에 정책금리 인상조치를 취할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출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한한 미국 투자이민 전문가는 “정권이 바뀐 뒤 한국을 떠나려는 투자 이민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투자비자(EB-5)로 미국 이민허가를 받은 건수에서 한국이 전세계 4위(매년 평균 150명)를 기록했다.

지난 주 우연히 만난 경제관료는 내년부터 ‘최저임금ㆍ주 52시간’ 후유증이 중소기업을 강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무리 경고해도 청와대가 들은 척도 안 한다’고 푸념하더니, 대기업들이 ‘최저임금ㆍ주52 시간 근무’ 원가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거래선을 한국 중기에서 베트남 같은 동남아로 돌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놀랍게도 그 예언은 며칠 만에 적중했다. 지난 5일 통계청은 중기 제조업의 생산(9월)이 전년 대비 13.9%나 감소했는데, 대기업은 0.4% 감소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계약자유원칙이 우선 적용돼야 할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다 보니 부작용도 속출한다. 인간관계가 어그러진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불거진 부조리가 몹쓸 적폐로 번지면서 시장경제의 근간인 개인 소유권과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 감정에 치우쳐 대책 없이 사설 유치원을 때려 잡으면서 한계선상에 있던 곳의 폐원신청이 늘고 있다.

‘시장을 믿지 못하겠다. 개인의 전 생애를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게 이 정부의 ‘포용성장’이라면 성공할 수 없다. 전문가의 복잡한 설명보다 말만 잘하는 ‘연예인’이 박수 받는 ‘포퓰리즘’에 가깝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한 무리 사람들만 단결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게 만들고, 나쁜 감정만 자극한다. 행복추구 정책은 사람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공유하는 것을 통해서만 이뤄질 뿐이다.

조철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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