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고] 국격 높이는 의회 정상외교의 가치

입력
2018.11.05 04:40
29면
0 0

지난 10월 11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루마니아 부크레슈티에서 아침부터 분주했다. 하루에 루마니아 대통령, 총리, 상하원 의장 면담과 상원의장 오찬까지 빼곡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루마니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이 루마니아에 진출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제시했다. 내년도 EU의장국, OECD에 곧 들어가는 친서방 루마니아는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심화하길 원했고 교역, 투자, 원전, 인프라, ICT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원했다. 한국의 기술과 산업력을 롤모델로 삼고 우리와 더 가까워지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우리는 훌륭한 체제전환을 이룬 루마니아가 북한에 경험을 전수해 한반도평화에 기여해 달라고 했다. 의회 정상외교가 거둘 수 있는 실질 성과의 예를 루마니아가 잘 보여주었다. 문 의장은 루마니아 전문가가 되었고 11월 방한하는 상원의장과 후속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

문 의장은 루마니아 방문 전후 터키와 제네바에서 각각 개최된 제3차 유라시아국회의장회의와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서도 소다자 및 다자 의회 정상외교를 통해 한국의 위상과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는 3년 전 우리 이니셔티브로 창설됐다. 3차 회의에 벌써 40개국이 참석해 경협, 환경 및 지속가능 발전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했다. 차기회의 유치 경쟁도 치열해 이 회의는 이미 브랜드화 되었다. 각각 세계인구와 면적의 70%와 40%를, 전세계 GDP의 60%를 차지하고 모든 문명의 발상지인 유라시아의 고위 대화체를 한국이 주도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의 의장직은 이 회의가 정치화하지 않도록 균형 잡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실제 초청대상국과 의제설정에서 우리 의견이 거의 반영됐다. 한국이 의장이기에 열린 가치를 지향하는 많은 국가들이 참여했고, 주제에 집중하여 토의가 이뤄져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한반도 조항도 공동성명에 전적으로 반영됐다. 지난 9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5개 지역 강국간 MIKTA 국회의장회의도 우리가 주도한 소다자 의회정상협의체다.

IPU총회에서 문 의장은 사람 중심의 포용적 발전전략과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해 호응을 얻었다. 이종혁 북측단장과도 만나 남북국회회담이 열리면 여야 모두 참석해 향후 우리 국회 논의에 도움을 주고자 하며 우리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이번 순방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이 우리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방 중 11차례 양자회담이 있었고 요청 국가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할 정도였다. 양자회담을 한 국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보고 우리의 높은 기술ㆍ산업력이 자국 경제 안으로 들어오길 바랐다. 한국의 또 다른 강점은 민주적 제도와 가치,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열린사회라는 점이다. 많은 개도국ㆍ중진국들이 한국을 자국의 궁극적 발전모델로 보는 이유다. 촛불혁명과 기적과도 같은 한반도 정세 대전환도 한몫 했을 것이다. 유라시아회의 중 만난 카자흐스탄 국회의장은 한국인은 ‘근면성실하고 선하며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의회 정상외교는 의회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필요에 의해 대통령, 총리 등 정부 최고위 인사까지 만날 수 있다. 의회가 강한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가 많아 효과도 크다. 양자 현안은 물론 정치ㆍ경제ㆍ문화ㆍ인적교류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수 있어 공공외교 역할도 가능하다.

의회외교는 정부외교를 보완한다고 하나 면담대상이나 논의내용을 보면 실질 성과를 충분히 낼 수 있기에 정부와 국회가 순방국을 잘 조율하면 외교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외교적 이유로 정부의 정상급 접촉이 어려운 국가는 의회 정상외교가 유용하다. 많은 나라가 우리 의장을 초청하고 있어 국가차원의 조율된 전략적 정상급외교를 적극 검토해 의회정상외교가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외교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한충희 국회의장 외교특임대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