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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마저 투매… 코스피 22개월 만에 2000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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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마저 투매… 코스피 22개월 만에 2000 붕괴

입력
2018.10.29 18:38
수정
2018.10.30 00:4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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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쇼크 현실화에 패닉, 亞증시 최대 낙폭

경기침체 우려 반영… “추가 변동성 경계를”

코스피 지수가 22개월만에 2000선 이 붕괴돼 1,996.05로 장을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외환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주가를 체크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코스피 지수가 22개월만에 2000선 이 붕괴돼 1,996.05로 장을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외환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주가를 체크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코스피가 22개월간 버텨온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2,000선을 내줬다. 그 동안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 물량을 받아 내던 개인투자자들마저 기업 실적 악화가 현실이 되자 순매도로 돌아서고 있다. 2,100포인트가 무너진 지 불과 3거래일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바닥을 가늠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공포가 투매를 부르고 투매가 다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공포를 더 키우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9일 1.53%(31.10포인트) 떨어진 1,996.05로 마감되며 연저점을 다시 썼다. 코스피가 2,000선 아래에서 장을 마친 것은 2016년 12월 7일(1,991.89) 이후 1년 10개월만이다. 코스닥은 무려 5.03%(33.37포인트)나 폭락하며 629.70으로 끝났다. 코스닥이 5% 이상 급락한 것은 지난 11일(-5.37%)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증시 하락은 외국인에 이어 개인투자자마저 시장에 등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4,877억원, 코스닥에서는 3,042억원 등 총 7,919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1월 23일(8,269억원)에 이어 올 들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외국인도 코스피 시장에서 1,606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다만 코스닥에서는 1,0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도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촉발됐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영업이익이 7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나 줄었다고 공시했다. 순이익은 39.8%나 감소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2.81%나 폭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란 우려가 어닝쇼크로 현실화하면서 개인들의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더구나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은 사실상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18% 하락하는 데 그쳤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0.16% 떨어져 사실상 보합세를 기록했다. 대만 증시는 0.29% 상승해 안정적 모습을 보였다. 한국 증시는 지난 26일에도 아시아 증시 중 나홀로 급락을 보였다.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 시점의 청산 가치에도 못미치는 0.88배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향후 경기 침체가 아주 길어질 것이란 불안감도 한몫했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 준 뒤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담보로 잡은 주식을 내다 파는 반대매매가 급증한 것도 하락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10억원으로, 1~9월 평균(82억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싼 상황에도 주가가 계속 하락하니 투자자들도 불안감에 계속 주식을 내놓으며 수급이 꼬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 증시는 이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펀더멘탈(기초 여건) 보다는 심리나 수급의 변화에 따라 시장이 급등락하고 있는 만큼 추가 변동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투자업계는 잇따라 대책 회의를 열고 투자자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날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장 개장 전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우리 시장의 기초체력은 다른 어떤 나라 보다 튼튼하다”며 5,000억원의 증시 안정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도 증권ㆍ자산운용사 사장단과의 긴급 회의에서 “주식 시장 흐름이 머지 않아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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