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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담] "차량 공유제 vs 택시 일자리... 대립 관점으론 문제 안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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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담] "차량 공유제 vs 택시 일자리... 대립 관점으론 문제 안 풀려"

입력
2018.10.25 23:3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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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다음’ 창업자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에 나선 이재웅 쏘카 대표

 차량 공유 플랫폼은 ICT 발전 따른 

 새로운 차원의 수요ㆍ공급 솔루션 

 택시업계 지원 및 수익 공유와 함께 

 ‘미래’ 대비 차원의 근본 해법 찾아야 

 4차 산업혁명에 일자리 위축 불가피 

 수익 집중 맞춘 부의 재분배 강화돼야 

 공유경제 플랫폼 진전ㆍ다양화는 필연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가 장인철 논설위원과 함께 차량 공유 플랫폼 서비스와 택시업계 파업시위 등 일자리 갈등 문제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가 장인철 논설위원과 함께 차량 공유 플랫폼 서비스와 택시업계 파업시위 등 일자리 갈등 문제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맞서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만여 명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파업시위에 나선 건 단순한 ‘밥그릇 싸움’만은 아니다. 택시업계는 카풀서비스가 택시 이용을 감소시켜 영업을 고사시키고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보면 이번 파업시위는 밥그릇 싸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카풀서비스는 운수업이 아니다. 차량을 가진 사람과 차는 없으나 차량 이동이 필요한 사람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이다. 카카오가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받더라도 구조적으론 차량 소유자와 카풀 이용자가 모두 ‘윈-윈(win-win)’하는 차량 공유경제다. 사회 전체로 보면 차량 이용의 효율과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혁신이기도 하다. 그런 플랫폼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건 정보통신기술(ICT)의 진전이다. 결과적으로 택시시장이 잠식된다고 해도, 기존 시스템 내의 동종 경쟁이 아닌, ICT 기술 진전에 따른 새 시스템, 곧 ‘현재’와 ‘미래’의 충돌에 따른 파장인 셈이다.

공유경제는 5G와 인공지능(AI) 등 다른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전통적 일자리를 위축시키고, 그 결과 택시 파업 같은 사회갈등을 계속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포털 ‘다음’을 창립한 이재웅 쏘카 대표와 차량 공유경제에 대한 기대와 사회 갈등 문제를 얘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쏘카와 자회사 VCNC를 통해 차량공유 비즈니스에 나선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쏘카’ 대표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셨다. 쏘카와 최근 자회사 VCNC를 통해 개시한 서비스 ‘타다’는 모두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사업이다. 포털 개발자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사업에 나선 배경은?

“다음 경영에서 손을 뗀 후, 자본과 노하우를 가동해 소셜벤처의 창업과 성공을 돕는 ‘소풍(Sopoong)’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소셜벤처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문제를 풀어내는 신생기업들을 말한다. 소풍을 통해 심각한 교통 문제를 푸는 회사에 투자하고자 했으나 없었다. 직접 풀어보자 해서 만든 회사가 ‘쏘카’다. 이후 자회사 VCNC를 통해 최근 서비스를 개시한 ‘타다’ 역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교통문제 해소를 추구하고자 한다.”

말씀하는 ‘교통문제’란 무엇이고, 모빌리티 플랫폼이 그걸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는 무슨 뜻인가?

“지금 교통 상황을 보면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생태계다. 택시도 개인이든 법인이든 기사님들은 괴롭고, 승객들은 낙후된 서비스가 불편하다. 그럼에도 매년 1조원에서 2조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다. 자동차가 너무 많아 교통이 막히고 주차공간 확보가 어렵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궁극적으로 유휴 차량이나 운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사람과, 차량 이동과 운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을 온라인을 통해 연결해주는 장터다. 차량을 각자 소유해 운용할 경우 1,000만대가 필요한 사회라면,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공유해 이용 효율성을 높일 경우 500만대만 있어도 가능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렇게 되면 교통문제의 상당 부분이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의 ‘쏘카’와 ‘타다’,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된 ‘카카오 카풀’은 아직 궁극적 단계까지는 안 갔지만, 앞으로 앞서 말한 전반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대해 택시 업계에서 6만 명이나 파업시위를 벌였는데, 이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이 본격적인 사회 갈등을 일으킨 사례일 것이다.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을 어떻게 보고 있나.

“택시 기사분들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이 완전히 자유화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플랫폼 업계가 요구하는 대로 다 풀어주면 택시시장이 망가질 거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세계 추세를 볼 때 규제를 풀지 않으면 우리만 뒤처진다. 정부가 갈등을 조정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뉴욕시 같은 경우는 등록제를 한다. 카풀 기사나 카풀 차량을 등록하고 시에서 상한을 정하는 방식이다. 아니면 요즘 국내에서 나온 카풀시간 제한 같은 방식도 당분간은 유효할 것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의 이익 일부를 기존 택시업계 지원에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웃으면서) 사실 우리의 ‘쏘카’는 차량 대여 시스템이고, ‘타다’는 일종의 11인승 이상 콜밴 차량 공유서비스다. 되도록 택시 시장과 충돌하지 않도록 사업범위를 조정한 셈이다.”

택시 시장과의 충돌을 피한다고 하지만 ‘타다’ 서비스 역시 장거리 택시 시장을 잠식할 것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이 결국 기존 운수사업 부문의 수익과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건 필연 아닌가.

“우선 약간의 오해부터 풀자. 모빌리티 플랫폼 관련 규제가 모두 풀린다고 해도 기존 택시나 화물차 기사분들의 일자리가 제로섬게임처럼 다 사라지는 건 아니다. 기존 기사분들도 플랫폼에 참여해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은 동종 비즈니스 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과거 방적기의 출현이 가내수공업을 대체했듯, 정보통신기술(ICT)의 진전으로 시장의 수요ㆍ공급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이 등장한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기술, 5G의 진전에 따라 일자리 상황은 더 크게 변화할 것이다. 이젠 당장의 사회갈등 해소뿐 아니라, 기술발전과 혁신에 맞춰 노동과 고용의 양식을 어떻게 전환하고 새로운 생산을 이뤄낼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카풀 등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한 차량 및 운전 서비스의 질이나 이용자 안전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카풀 운전자가 범죄자이거나, 플랫폼에 등록된 운전자가 아닌 타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문제의 해결책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그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 일단 플랫폼에 오르는 차량과 운전 서비스 제공자의 아이덴티티는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모든 차량엔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이 적용된다. 서비스가 부실하면 이용후기 같은 피드백을 통해 차량공유가 제한되거나 금지될 것이다. 향후 기술 진전에 맞춰 운전자 본인 확인 등도 충분히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운전자 범죄경력 조회는 현행법 상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할 수 없다. ‘타다’의 경우 용역업체 등을 통해 비공식 스크린을 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성공 여부는 결국 서비스의 품질과 안전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혁신가로서 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도 맡고 있다. 공유경제도 혁신성장 방향의 한 축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그게 좋은 건지 여부는 애매하다. 공유경제는 재화나 서비스의 이용효율을 높이고 사회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생산과 소비 등 거시경제 측면에선 ‘경제의 총량’을 줄이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공유경제는 좋은 건가.

“앞서 말씀 했다시피 공유경제든 4차 산업혁명이든 중요한 사실은 좋든 나쁘든 현실로 닥쳤다는 것이다. 공유경제는 자원(제품)과 서비스 이용의 효율을 높이고 소비를 합리화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성공적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나타나고 있다는 건 그 만큼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소유자는 부가적 이익을 올려서 좋고, 사용자는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윈-윈’ 아닌가. 우리 사회도 혁신을 적극 수용하면서 그 결과로 나타나는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서두르는 게 옳다고 본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효율과 생산성 제고는 혁신의 결실이 소수에게 집중돼 부의 양극화를 초래할 위험이 없지 않다. 결실을 어떻게 재분배해서 사회 건강성을 유지할 건지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차량이나 숙박에 이어 공유경제는 앞으로 더욱 진전될 것으로 보는가. 진전된다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거라고 보는가.

“5G나 AI 등의 발전과 맞물려 소유와 노동, 고용의 양상을 적잖이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소유의 의미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공유경제 플랫폼을 잉태한 의식의 변화라고 본다. 플랫폼 노하우가 쌓이고 비용이 줄면 줄수록 공유경제 모델은 더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 지금은 몇 만원짜리 제품을 공유하는 게 어렵지만 플랫폼 비용이 싸지면 가능해질 거라고 본다. 사람이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 회사에서 20년, 30년 동안 일하고 은퇴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원할 때 일하고, 여유나 개인적인 시간을 원할 때 갖기 바란다. 업무와 근무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나온다면 노동 양식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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