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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FII 깜짝 등장… 위기론 불끄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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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FII 깜짝 등장… 위기론 불끄기 나섰다

입력
2018.10.24 15:53
수정
2018.10.25 01: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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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엔 카슈끄지 유가족 면담

피사살건 ‘악랄한 범죄’로 규정

美, 카슈끄지 사태 관련자 비자 취소

트럼프 “사우디는 좋은 동맹” 엇박자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 투자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행사장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가 압둘라 2세(오른쪽 두번째) 요르단 국왕을 영접하고 있다. 왼쪽에 있는 인물은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기업가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로, 지난해 무함마드 왕세자의 반부패 수사로 구금됐다 올해 1월 풀려났다. 리야드=EPA 연합뉴스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 투자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행사장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가 압둘라 2세(오른쪽 두번째) 요르단 국왕을 영접하고 있다. 왼쪽에 있는 인물은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기업가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로, 지난해 무함마드 왕세자의 반부패 수사로 구금됐다 올해 1월 풀려났다. 리야드=EPA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집권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정황을 공개하며 사우디에 진상 규명을 요구한 23일(현지시간), 논란의 중심에 선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자신이 추진한 개혁의 상징이자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장에 깜짝 등장했다. 행사 참석 전 부친 살만 국왕과 함께 카슈끄지의 유족을 면담하고 개막연설도 취소하는 등 몸을 낮추긴 했으나, 결국 일각에서 제기된 위기론을 불식시키고 여전히 왕국의 주인은 자신임을 과시했다. 24일에는 카슈끄지 사건을 ‘악랄한 범죄’로 규정,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살해의 배후라는 의혹을 직접 부인하고 나섰다.

사우디 국영 아랍뉴스에 따르면 카슈끄지 사건 후 많은 서방 기업이 참석을 취소했지만, 아랍권 기업과 러시아 직접투자펀드 등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서방으로부터 ‘배신’당한 사우디가 러시아나 중국 등을 ‘대안세력’으로 기운다는 인상마저 준다. 참가자 일부는 섭섭잖은 보상도 받았다. 돈이 급한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는 사우디로부터 30억달러 지원과 석유 대금 지불 유예를 얻어냈다. 프랑스의 석유기업 토탈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공동으로 사우디 국내 소매 네트워크 설립을 발표했다. 아랍뉴스가 주장한 행사 내 계약 총 규모는 약 500억달러다.

점점 사우디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이번 사건을 “역사상 최악의 은폐 사건”으로 규정했고, 미 국무부는 사건에 관련된 사우디인 21명에게 발급한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는 우리의 가장 좋은 동맹”이라며 살인사건을 사우디 왕실 자체와 연결하는 것은 경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가리켜 “그는 사우디에 거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와의 관계가 틀어지고는 있어도 중동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도 미국은 전통 우방이라는 이유로 사우디 내 인권 탄압 등을 은연 중 외면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미국과 터키, 사우디가 물밑 협상을 벌이며 사건 내막에 대한 공개 수위를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신 행방을 물은 후 영국 스카이뉴스와 러시아 스푸트니크 등 일부 매체는 “터키 정부가 카슈끄지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고 터키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가 무함마드 왕세자의 관여를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도 확보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설 직전 앙카라에 도착한 것도 발언 수위를 낮추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압박하고는 있지만 미국ㆍ사우디와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차라리 이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얻어 내며 중동 질서 주도권을 쥐는 데 더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급기야 서방에선 터키조차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터키 또한 언론 탄압 전력이 있는 국가라는 점도 이런 의구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에르도안이 왜 일부 증거를 숨기는지 의문”이라며 “사우디와 터키가 주도하는 조사가 아닌 진정한 국제 조사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무함마드 빈 살만(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장에 나타나 한 참석자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주변 참석자들도 일제히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들어 행사의 주인공인 왕세자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장에 나타나 한 참석자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주변 참석자들도 일제히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들어 행사의 주인공인 왕세자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배후로 의심 받고 있는 사우디 왕실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오른쪽)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두번째) 왕세자가 23일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카슈끄지의 형 사헬 카슈끄지와 아들 살라 카슈끄지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배후로 의심 받고 있는 사우디 왕실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오른쪽)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두번째) 왕세자가 23일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카슈끄지의 형 사헬 카슈끄지와 아들 살라 카슈끄지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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