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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김병준 전원책, 실패의 길 가고 있다

입력
2018.10.22 17:48
수정
2018.10.23 11:4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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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혁신이 ‘태극기 부대’ 통합인가

칼자루 쥐고도 인적 청산은 공염불

보수통합 앞서 가치ㆍ비전부터 세워야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특별위원장 등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특별위원장 등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자유한국당 비대위에 설치됐던 ‘좌표와 가치 재정립 소위원회’는 지난 8일 두 달간의 활동을 마치며 한국당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보수주의의 본질은 높은 도덕성과 개혁에 있다”며 “자유와 민주, 공정과 포용을 4대 가치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4대 가치를 뒷받침하는 6대 혁신가치에는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사회, 당당한 평화 등을 꼽았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후 같은 당의 조직강화특위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2012년 비대위가 ‘경제민주화’란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면서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고 정체불명의 당이 됐다.” 한쪽은 공정분배, 공동체 중시라는 개혁보수의 길을 가자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기존의 보수 색깔을 더 분명히 하자고 주장한다. 개혁과 반동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국당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당 지도부는 요즘 ‘보수대통합’에 꽂혀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연일 장외 보수거물들을 찾아다니며 손을 내밀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접촉한 데 이어, 지난주엔 제주도까지 가서 원희룡 지사를 만났다.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겨냥한 보수세력 결집 시도를 폄하할 이유는 없으나 순서가 잘못됐다. 당에 필요한 인물을 영입하려면 먼저 지향하는 가치와 원칙을 확실히 한 뒤 그에 적합한 인사를 택하는 게 이치에 맞다. 그렇지 않으면 당의 외연이 확대되기는커녕 갈등과 분열만 커지게 된다.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같은 보수성향이라고 해도 결의 차이가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공동책임자인 황 전 총리는 ‘친박’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친박 의원들이 그에게 내년 초 전당대회 출마를 적극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반면 오 전 시장은 친이계고, 원 지사는 친박이 싫어서 당을 뛰쳐나온 사람이다. 게다가 또 다른 영입 대상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친박에게서 탄압받은 상징적 인물이다.

통합의 현실성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무차별적인 영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보수층 지분을 조금이라도 가진 주주들은 모두 끌어모아 지지세력을 늘리자는 심산일 뿐이다. 1+1은 2라는 참으로 단순한 셈법이다.

인적 청산을 하겠다면서 정작 청산 대상을 영입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칼잡이로 들어온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처음엔 “칼자루가 있으니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을 할 것”이라고 결기를 보였다. “박근혜식 이미지 정치, 우상의 정치로는 보수의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얼마 안 있어 “인적 쇄신이 무조건 사람을 쳐내는 건 아니다” “이것 빼고 저것 빼면 이 당에 뭐가 남느냐”고 말을 바꿨다. 스텝이 꼬이다보니 이젠 ‘태극기 부대’도 끌어안아야 하는 모순에 빠졌다. 전 위원은 “그분(태극기 부대)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그룹이므로 제외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당이 지금처럼 쪼그라든 게 박 전 대통령의 국정실패 때문인데 그 세력에 면죄부를 주자는 건 개혁을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지금 한국당은 ‘박근혜’라는 과거와 결별하지 않고는 출구가 열리지 않는다. ‘반문재인’이라는 깃발만 들면 보수진영이 모일 거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가치를 바꾸고, 사람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보수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진보정권은 한반도 평화와 이를 계기로 한 경제위기 극복 같은 미래를 말하는 데 보수정치는 냉전적 사고와 재벌중심성장론 등의 과거에만 갇혀 있으니 국민의 시선이 어디로 쏠릴지는 자명하다.

김병준ㆍ전원책 두 사람은 한국당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들어왔다. 하지만 권한과 관심에 비해 변화의 속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현실 정치 경험이 없는 인사들의 치명적인 약점은 정치를 만만히 본다는 것이다. 그러다 막상 안에 들어오면 한계를 느끼고 현실에 동조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두 사람도 그런 길을 걷고 있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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