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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흔들… 카슈끄지 사태, 이란엔 되레 희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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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흔들… 카슈끄지 사태, 이란엔 되레 희소식

입력
2018.10.19 18:12
수정
2018.10.19 22:5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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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던 터키가 실리를 챙기고 있는 가운데, 이란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한몫 챙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되는 사우디에 대한 국제여론이 악화,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시험대에 오르게 되면 사우디와 역내 패권을 다투는 이란이 정치적ㆍ경제적 수혜를 입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1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 사우디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우디 왕실을 두둔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슈끄지의 죽음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며, 사우디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가혹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가 사망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매우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가 카슈끄지의 죽음에 연루된 게 밝혀지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가혹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투자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기업인과 각국 재무장관들이 불참 통보를 한 가운데 므누신 장관도 보이콧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CNN은 “므누신 장관을 대신해 FII 행사에 참석할 미국 정부 관계자는 없을 것”이라며 “이는 사우디를 향한 미국의 첫 번째 좋지 않은 신호”라고 풀이했다.

미국과 사우디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일은 이란에게 희소식이다. 사우디와 손을 잡고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음달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복원을 앞두고 있다. CNBC는 “미국이 카슈끄지 건으로 사우디에 제재를 가할 경우,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는 원유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유가를 올려 보복에 나설 수 있다”며 “하지만 유가가 상승하면 이란은 원유 수출이 줄어도 이를 벌충할 수 있기 때문에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적으로도 이란에는 득이다. 카슈끄지 사건으로 사우디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면, 이란은 탄도미사일 개발 등에 따른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채텀하우스(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사남 바킬 선임 연구원은 이 매체에 “카슈끄지 사태의 국제적 여파를 감안하면 이는 명백한 사우디의 정치적 실수”라며 “원유 시장에서 이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되는 터키는 이날도 어김없이 사우디에 불리한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리며 사우디와 미국을 압박했다. 터키 일간지 사바는 이날 카슈끄지 살해 유력 용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호원 마헤르 압둘라지즈 무트레브의 동선을 담은 감시카메라 내용을 공개했다. 외신에 따르면 터키 경찰은 사우디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카슈끄지의 시신을 찾기 위해 이스탄불 외곽 지역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 또 19일에는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 고용된 운전기사ㆍ기술자ㆍ회계사ㆍ전화교환원 등이 터키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한편 사우디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로 향하는 비판을 돌리기 위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지도부가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이자 고위 정보기관 관료인 아흐메드 알 아시리를 주범으로 지목, 책임을 지게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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