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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가짜뉴스’

입력
2018.10.18 10:1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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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월 8일 긴급조치 1호를 통해서 나온 것이 ‘유언비어(流言蜚語) 유포죄’였다. 이는 말 그대로 아무 근거 없는 말을 만들어 소문을 내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것. 그런데 이를 악법이라 하는 건 정권의 입맛대로 ‘유언비어’를 규정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되면서 이 법이 폐지되자, ‘유언비어’라는 말도 구시대의 잔재로 취급되었다. 그리고 일상에선 ‘헛소문’과 ‘뜬소문’이, 법의 영역에선 ‘허위사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최근엔 이 자리에 ‘가짜뉴스’가 합류했다.

‘가짜뉴스’라는 말이 등장한 때는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인 듯하다. 새말이 등장한 언어적 이유는 간단하다. ‘유언비어’ ‘헛소문’ ‘뜬소문’ ‘허위사실’ 등으로 표현하기에 마땅치 않은 어떤 현상이 일반화된 것이다. 그 현상의 특성은 ‘소문’과 ‘뉴스’의 뜻 차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문’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해지는 소식’이라면, ‘뉴스’는 ‘주로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뜻한다. 두 말의 차이는 곧 정보 유통 방식의 차이를 뜻한다고 할 수 있는데, ‘소문’은 정보의 사적 유통에 ‘뉴스’는 정보의 공적 유통에 초점이 놓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가짜뉴스’란 말의 등장은 정보의 공적인 유통 과정을 교란하는 행위가 많아진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1인 미디어가 늘어나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유통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공’과 ‘사’, 즉 ‘뉴스’와 ‘소문’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가짜뉴스’란 새말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 정보 유통의 질서와 윤리를 재정립하는 게 급한 일이 되었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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