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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별들을 풀어줄 때

입력
2018.10.18 19:5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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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자리(Reticulum)는 남반구 하늘의 작은 별자리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지요. 테이블산자리(Mensa)는 ‘팔분의자리’를 제외하면 하늘의 남극에 가장 가까운 별자리라 하지요. 컵자리(Crater)는 술잔자리라고도 하는데, 컵자리 SZ(SZ Crateris)는 태양으로부터 44광년, 컵자리 Y(Y Crateris)는 84광년 떨어져 있다 하지요.

별자리에서 별들을 풀어주려면 제일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할까, 생각하다 낯선 별자리를 찾아봤어요. 멀리서 보면 별은 막연한 상징 속에 있지만 가까이 가면 당연히 과학이지요. 시인과 과학자는 비슷한 부류지요. 추상 속에서 구상을 발견하고 획득하지요. 시인은 그래서 이 시를 쓰기까지 여러 날 분주했을 거예요. 위도 북위 23도에서 남위 90도 사이, 이웃별자리 ‘육분의자리’, 가늠해보는 빛의 속도. 이런 순간 순간이 한 언어로 묶었던 별자리에서 반짝 반짝 별이 조금씩 풀려나던 때.

하늘이 별의 바닥이듯, 그물에 걸려 테이블과 컵이 있는 식당으로 온 넙치에게는 수족관 바닥이 하늘이겠지요. 자라면서 오른쪽에 있던 눈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넙치에게는, 수족관 바닥에서도 빛을 꺼뜨리지 않는 두 눈이 별이겠지요. 그러니까 멀다 말고, 아득하다 말고, 눈앞의 수족관 넙치와 컵자리의 84광년을 오가보기로 해요. 무한할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리듬이니까요. 넙치는 아직도 두 별을 부릅뜨고 있으니까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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