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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시민의 역설

입력
2018.10.17 18:30
수정
2018.10.17 18:4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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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정계은퇴 번복을 오점으로 여겼다. 1992년 대선에서 YS에 패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2년 반 만에 복귀한 것을 못내 마음에 걸려 했다. “그때는 다시 정계에 복귀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는 게 DJ가 주변에 전한 변이었다. 이후 이회창, 손학규 등 정치인들의 잇단 은퇴 약속 번복에는 늘 ‘상황론’이 뒤따랐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정치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명분과 논리로 삼았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5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정계 복귀설을 일축했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원책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은 “정치판에서 완전한 부정은 본인 생각을 숨기려고 할 때 자주하는 화법”이라며 불신을 나타냈다. 정두언 전 한국당 의원은 “대권 앞에 장사 없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점쳤고,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낙연 총리 다음 후보군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계은퇴를 번복한 사례가 부지기수니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는 풍토가 굳어진 셈이다.

□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 일축 발언은 진심에 가깝다고 본다. “정치할 때가 제일 불행했다” “내가 가진 모든 걸 갖고 할 만큼 해봤는데 (정치에) 졌다”고 한 여러 인터뷰 내용에는 정치에 대한 무력감과 환멸 같은 것이 담겨 있다. 최근의 정의당 탈당과 정치토크쇼 ‘썰전’ 하차는 그의 말대로 “정치에서 더 멀어지고 싶어서” 내린 결정일 것이다. 수만 명의 회원에 전국적인 조직을 둔 정치 팬클럽 ‘시민광장’의 해산을 유 이사장이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 그럼에도 정치복귀론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그의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작가,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생긴 ‘팬덤 현상’ 때문이다.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 일축은 역설적으로 호감과 영향력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 이사장 스스로 정치판에 돌아오지는 않는다 해도 언제든 불려나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여권 내 세력이 큰 노무현재단을 유 이사장에게 맡긴 것은 장기 포석의 성격이 짙다. 만약 유 이사장이 구원투수로 차출된다면 그 시점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가 곤두박질치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때일 것이다. 유 이사장도 여권도 전혀 원치 않는 상황일 듯싶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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