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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함정

입력
2018.10.17 19: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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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과 긴장 완화를 위해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9ㆍ19 군사합의를 체결했다. 그 합의안은 많은 논란을 야기했는데, 그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다. 그 내용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상호 간에 동부지역 40㎞와 서부지역 20㎞ 내에는 고정익 비행기를 들어 갈 수 없게 했다. 10㎞ 내에는 헬기가 비행 할 수 없고, 무인기는 강원 지역 15㎞와 경기 지역 10㎞ 내에는 들어 갈 수 없다. 또 풍선 등의 기구는 25㎞ 내에 띄울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 내용들이 현실적으로 우리 한국군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공군력이 거의 괴멸 된 것이나 마찬가지며 정찰기 등 탐지 자산은 전무한 상태다. 북한은 있지도 않은 능력을 내밀며 우리만 가진 능력을 무력화 시켜버리는 대단한 협상을 해낸 것이다.

6∙25때 북한군의 공격 징후를 전혀 알지 못해 전면적 기습공격을 허용했던 우리는, 그동안 북한군의 전쟁 징후를 사전에 알아내는 것이 사활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각종 정찰기를 구매하여 영상촬영과 감청 등 다양한 정보수집활동을 해왔다. 그 중 가장 신뢰성 높은 것은 영상촬영이다. 그런데 영상정찰기가 수십 ㎞ 뒤로 밀리게 됐으니 카메라의 한계로 인해 영상정보는 거의 무력화 됐다. 이 외에도 여러 우려스러운 점이 있는데, 국방부가 이런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발간했음에도 그 내용은 너무나 궁색해 보인다.

먼저 정찰 자산이 접근하지 못해 북한의 장사정포 감시가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미군의 위성 등 여러 정찰 자산이 추가로 있다지만, 지구를 선회하는 위성으로는 실시간 파악도 어렵고 해상도도 떨어져 정찰기가 필수다. 두 번째로 육군 아파치헬기에 장착된 롱보우레이더를 활용 못해 북한 지상부대 탐지기능이 상실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데, 대당 50억원에 이르는 롱보우레이더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마치 RV차를 샀으니 레저용으로만 쓰고 출퇴근용으로는 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셋째, 전투기와 무인기의 근접비행이 제한되어 유사시 전투기의 정밀타격 능력이 급감된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우리 공군은 사정거리 20㎞ 이내 뿐 아니라 사정거리 50㎞ 이상의 다양한 정밀유도무기가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 장사정포를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국방부의 주장 중 가장 궁색한 말이다. 현재 공군이 보유한 가장 정밀하고 강력한 공격무기는 사정거리 20㎞ 안팎의 레이저유도폭탄과 JDAM이다. 그 이상은 정밀도와 위력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또 그 이상의 장거리 유도무기들은 나름대로 타격 목표가 있어서 구매를 한 것인데, 그것으로 장사정포 때리는데 다 써버리면 다른 전략자산들은 살려둔다는 말인가. 넷째, 기구를 띄우지 못해 포병이 정확한 사격을 못한다는 말도 거짓이라며 공군 기상대 자료를 받아서 사격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한다. 그러나 특정지역 산 정상에 있는 공군 기상부대는 유사시 북한군 포병의 1번 타겟이다. 가장 먼저 무력화 될 자산인데, 그걸 믿고 평소에 포병이 기구를 띄워 기상측정 하는 훈련을 안 한다면 우리의 포병전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군사적 신뢰는 상호 간 오랜 노력을 거쳐 형성되는 것이지 총을 내린다고 신뢰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절대무기인 핵을 내려놓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 공격무기도 아닌 감시능력을 약화하겠다는 것은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없다. 국방부의 임무는 남북 간의 신뢰구축 정책과 함께 튼튼한 안보태세 유지를 통해 국민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국민이 국방부를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되니 하루 빨리 군 본연의 튼튼한 안보태세 구축에 매진하기 바란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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