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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강경화를 위한 변명

입력
2018.10.13 11:00
수정
2018.10.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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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감 실언에 새삼 자질론 불거졌지만 

 트럼프 결례 책임까지 떠넘기는 건 사대주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18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개성공단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18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개성공단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무능(無能)이 새삼 드러났다는 탄식이 들린다. 현안 파악, 정무적 판단, 국정 방향 이해 등 장관에게 필요한 세 가지 능력이 모두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3무(無)’다.

강 장관의 실언 사실은 분명하다. 10일 외교부 대상 외교통일위원회 국감 자리에서 그는 5ㆍ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간 연관성을 오인해 야당에게 책잡혔고 결국 사과했다. 북한 관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발생 두 달 뒤에 발표된 5ㆍ24 조치가 우리 정부의 독자적 행정 조치라는 사실을 거칠게 이어 붙이다 벌어진 사달 같다. 자질이 모자라다는 빈축의 빌미를 줬다.

강 장관 자질론이 불거진 건 이미 지난해 국감 때다. 비(非)외시에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관이라는 출신과 다자(多者)외교 분야에 편중된 이력이 선입견을 부추긴 데다 취임 초기여서 실제 북한ㆍ북핵 문제에 대한 학습이 덜 된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적폐가 주요 쟁점이 되면서 유야무야 지나갔다. 다행이었다.

그랬는데 올해까지 아직 뭘 잘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아무리 출장이 잦고 장관이 모든 사안의 디테일을 다 알 수는 없다 해도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틀리지 않은 답변을 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의원의 질문이 잘못됐으면 바로잡아줄 수 있을 정도까지 파악 수준을 올려 놓는 게 장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

더욱이 5ㆍ24 조치 관련 정부 입장은 그가 굳이 대답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통일부가 주무 부처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이 얽혀 있어 인화성 강한 쟁점에 강 장관이 불을 놔버리는 바람에 이튿날 통일부 대상 국감에서 조명균 통일장관이 진화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파장을 예측할 만한 눈치가 강 장관에게 부족하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 매도 분위기에 편승해 합당해 보이지 않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의 통화 내용 공개가 그렇다. 물론 한미 간 알력이라는 치부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지 않은 시기에 앞뒤 재지 않고 무모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에서 강 장관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질책도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숨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동맹이라도 이견 없는 국가 사이 관계는 없다. 외교부 내에서 엇갈리지 않는 강 장관 평가는 그가 솔직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데 나쁘지 않은 캐릭터다.

외교부 설명에 따르면, 게다가 군사합의에 대한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전 폼페이오 장관의 불만 토로는 자국 정부 내 혼선에서 비롯된 일이다. 동료 장관에게 제대로 확인도 해보지 않고 대뜸 동맹국 카운터파트한테 언성부터 높인 것이다. 경솔함으로 치면 폼페이오 장관이 먼저인 셈이다. 강 장관 발언에 대한 반응 격인, “한국은 미국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시간 11일 새벽 발언은 주권 침해 소지마저 있는 명백한 외교적 결례다. ‘미국 말 안 듣더니 꼴 좋다’거나 ‘쓸데없는 짓 하다 동티났다’는 식으로 강 장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미측 무례를 호도하는 건 사대주의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해치는 성급한 행동이라 싸잡혀 욕을 먹고 있는 강 장관의 ‘핵 신고 우회론’도 터무니없는 제안은 아니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평가다. 그런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 계기 방미 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전한 북미 협상 중재안과 어긋나는 방안일 리도 없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KBS 인터뷰에서 이미 한 번 같은 내용을 말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정황 증거다. 청와대는 강 장관의 독자 제안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반복된 언급이 청와대와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결과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미국이 워낙 완강해 죽이 맞는 척하고는 있지만 북한 비핵화의 촉진을 위해서는 대북 제재 완화라는 유인책도 쓸 필요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 생각이다. 유엔 총회 기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상응 조치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제재 완화를 그 중 하나로 거론하기도 했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소진된 한국의 성장동력을 되살리겠다는 게 문 대통령 구상의 고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우기 곤란한 문 대통령 대신 강 장관이 총대를 메고 ‘천기누설’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렇다면 되레 청와대 해명과 반대로 국정 방향을 소개하는 게 강 장관의 몫일 수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멤버이기도 한 강 장관이 청와대의 독식 욕심으로 핵심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믿기도 어렵다.

정권을 견제하는 입장에서 보면 강 장관에게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더 잘 하라는 채찍질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한반도에 봄이 오느냐 마느냐가 좌우될 중대한 비핵화 대화 국면이다. 북핵 주무 장관을 정쟁 도마에 올리는 일은 자제하는 게 옳다. 격려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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