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면담 자리에는 당초 알려진 미국 측 통역사와 경호원뿐 아니라, ‘사진사’조차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로 공개됐다. 이런 외교적 만남에서 사진사들은 면담 시작 때 사진을 촬영한 뒤 바로 퇴장하는 게 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측이 회담장 통제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 동행한 미 CBS뉴스 카일리 애트우드 기자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동행기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평양에 도착한 지 몇 분 만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공항에 나타나 김 위원장과의 면담 조건을 전달했다. 미국의 통역사, 무장 경호원 등은 대동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애트우드 기자는 “비행기 엔진이 꺼지기도 전에 북측 요구가 나왔고, 폼페이오 장관도 강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후 백화원에서 열린 김 위원장-폼페이오 장관 회동에선 미 국무부 공식 사진사의 출입마저 불허됐다. 애트우드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아 사진사 없이 면담장으로 향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2시간의 면담 후 즉석에서 성사된 ‘깜짝 오찬’ 장소에는 미국 사진사와 CBS 카메라 기자도 들어갔다. 애트우드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당신(의 사진 촬영) 때문에 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자 김 위원장이 껄껄 웃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각별한 신경을 쓴 흔적은 또 있다. 오찬 직전 현관문에서 김 위원장을 맞기 위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본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제단 앞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애트우드 기자는 “방북 기간 내내 북한에 모든 통제권이 있었던 ‘힘의 역학’이 반영된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미국 측 통역사가 배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 “면담장에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우리 동료(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 센터장으로 추정)가 있었다”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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