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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 미일동맹과 중국의 헤게모니

입력
2018.10.14 16: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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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핵심적인 전략적 문제는 중국 권력의 부상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어떤 형태로든 헤게모니를 추구할 것이며 이는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과 일본의 대미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일본에 대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을 연기시킨 최근의 미일 양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비평가들은 트럼프의 행동이 일본을 중국쪽으로 더 밀착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로 예정되어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일본과 중국의 권력 균형이 크게 바뀌었다. 2010년에 중국 GDP는 일본을 능가했다. 20여 년 전 많은 미국인들이 중국이 아닌 일본에 의해 추월될까 두려워했다는 것을 기억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국을 배제한 일본 주도의 태평양 블록이나 심지어 일본과의 궁극적인 전쟁까지 예측했다. 하지만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미국은 일본과의 안보 동맹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중국의 부상을 수용하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했다.

1990년대 초 많은 관측통들은 미일동맹이 냉전의 유물로 버려질 것이라고 믿었다. 당시 일본에는 높은 수준의 불안감이 있었고, 미국이 중국쪽으로 기울게 되면서 일본이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내가 1990년대 중반에 한일동맹을 재확인하는 협상에 참여했을 때였다. 국기로 장식되어 있는 테이블을 가로질러 앉아있던 일본측 카운터파트들은 공식적으로 중국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술이 한잔 들어가자 그들은 미국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중국으로 관심의 초점을 바꾸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곤 했다.

그러한 불안감은 놀랄 일이 아니다. 동맹국간 방어력이 대칭이 되지 못할 경우, 더 많이 의존하는 국가가 동반자 관계에 대해 더 걱정할 수 밖에 없다. 수년 간 일부 일본인들은 일본이 보다 완전한 군사 능력을 갖춘 ‘정상적인’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심지어 일본이 반핵 원칙을 폐기하고 핵무기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는 해결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단계를 밟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일본이 미국이나 중국의 세력과 대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본은 미국에게 버림받을 것이라는 새로운 우려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지향점과 보호주의 정책은 동맹에게 새로운 위험을 안겨준다. 환태평양 전략적경제동반자협약(Trans-Pacific Partnership)으로부터 트럼프의 철수는 일본에 큰 타격을 줬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부과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아베를 놀라게 하고 일본에서 불안감을 불러 일으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행동이 일본이 중국으로 다가가도록 강요할 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트럼프가 지금보다 너무 막가지 않는 한 최선의 선택으로 남아 있다.

미일동맹은 여전히 강하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가장 먼저 도착하여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 워싱턴DC와 트럼프 소유의 ‘마라라고’를 방문했다. 아베와 트럼프 관계는 미국 국방부가 안보 문제에서 일본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북한은 미일동맹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고, 트럼프가 미국이 일본의 뒤를 ‘100 %’ 봐주겠다는 것을 보장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아베와 트럼프는 모두 유엔제재를 위한 국제 사회 지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력’ 전략을 지지했다. 그 동안 일본은 탄도미사일 방어에 중요한 새로운 투자를 발표하고 미일 공동 개발에 협력했다. 반면 트럼프는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 회담 이후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태도를 놀랍게 반전시켰다. 이로 인해 일본은 대륙간 미사일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본에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무시한 미국의 협상에 대한 우려를 갖게 됐다.

방위비 분담에 대한 트럼프의 언급도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일본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1%를 약간 넘지만, 미군 지원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미국 국방부는 일본 정부가 주일 미군 지원 비용의 약 75%를 지불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올해에만 일본 정부는 비용분담을 위해 17억 달러, 미군 재배치를 위해 20억 달러, 다양한 종류의 지역 사회 지원에 23억 달러를 배정했을 정도다.

클린턴 행정부가 4반세기 전에 인식했듯,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에서 3국간 세력균형을 창출했다. 미국과 일본이 동맹 관계를 잘 유지한다면 중국의 부상을 적절히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일동맹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유지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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