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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한 언어통일’ 만큼이나 관심 가져야 할 한글 파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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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한 언어통일’ 만큼이나 관심 가져야 할 한글 파괴 현상

입력
2018.10.10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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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 축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기복으로 중단됐던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남북은 이달 중 개성에서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 사업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고 11월 말∼12월 초를 목표로 26차 편찬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한다.

분단 70년간 심화한 남북 언어 이질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쳐 단일 언어를쓰는 민족으로서의 동질감을 회복하자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남북한 언어를 하나로 종합ㆍ정리하는 겨레말 큰사전 남북 공동편찬 사업은 2005년 시작됐다. 이후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2016년부터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함께 이 사업도 꾸준히 지속돼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차제에 SNS 등의 발달로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글 파괴’ 현상에 대해서도 관심과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청소년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남녀 할 것 없이 욕설을 다반사로 쓰고, 메신저 등을 사용할 때 한글 맞춤법은 아예 무시되고 있다. 카페 등 매장에서는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잘못된 극존칭을 사용한다. 더욱이 뜻을 알 수 없는 줄임말이나 국적불명의 신조어, 아예 글을 뒤집어서 표현하는 것 등은 ‘언어의 유희’를 넘어 용인할 수도, 방치할 수도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시대에 따라 언어는 변하는 법이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언어로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고, 세대간 소통을 방해하고 단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직 시청률에 목매어 엉터리 신조어 남발 현상을 조장하는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규제와 제재도 필요하다.

K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한글날에 한류와 한글 확산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들이 해외로 퍼트린 것은 ‘지화자 좋다’ ‘얼쑤 좋다’ 와 같은 우리말 추임새다. 은어나 줄임말이 아닌 훌륭한 한글로 세계인의 마음을 얼마든지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언어는 습관이고 문화이며, 민족의 운명도 뒤바꿀 수 있다. 올바른 언어에 올바른 정신이 깃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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