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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인(電人)의 탄생

입력
2018.10.09 18:00
수정
2018.10.10 14: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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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를 켜면 집안에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는 로봇청소기를 볼 때마다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먼지를 쓸어 담고 물걸레질까지 한다. 가끔 전선에 뒤엉켜 몸부림치기도 하지만, 배터리가 떨어질 즈음이면 제자리로 돌아가 스스로 재충전한다. 그래서 별명도 붙여줬다. 로봇은 늦잠을 자지도 않고 가혹한 기후 조건과도 무관하다. 일을 시켜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다. 남북 군사분계선에는 반자동 살상로봇이 배치돼 있다. 경계근무를 대신하기에는 로봇이 최선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국 군인들은 로봇이 지뢰나 폭발장치를 찾아내면 ‘승진’도 시켜줬다. 인간처럼 대우해준 것이다.

▦ 로봇이 점점 포유동물 모습으로 진화한다. 식당 등에 배치된 로봇은 사람 모습이다. 애완용 개 로봇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알렉사’도 내년에는 움직이는 가정용 로봇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을 너무 닮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용어가 있다. 인간과의 유사성이 증가할수록 호감이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 1920년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극본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을 출판했을 당시 로봇이라는 단어는 농노의 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robota)’라는 체코어에서 나왔다. 로보타는 슬라브어족에서 노예를 뜻하는 ‘rab’가 어원이라고 한다. (‘로봇 수업’, 존 조던 저) 노예, 혹은 노동예비군의 의미라 하겠다. 로봇은 단조롭고 더러우며 위험한 직무를 수행했고, 덕분에 인간은 그러한 직무에서 해방됐다. 하지만 지금은 두뇌 격인 인공지능을 장착하면서 빛의 속도로 기능이 발전, 인류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 세계 각국 기업들이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중공업회사들이 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을 만들었고, LG와 삼성 등 전자업체도 로봇회사를 인수ㆍ합병하거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로봇이 인류에게 축복일지 재앙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 로봇윤리헌장 등의 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도 로봇에 특정 권리와 의무를 갖는 전자적 인격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로봇기본법이 발의돼 있다. 법인(法人)에 이어 전인(電人)이 탄생하는 것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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