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지평선] 남성 왕국, 노벨상

입력
2018.10.04 18:04
수정
2018.10.04 18:40
30면
0 0

스웨덴의 발명가이자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은 숨지기 1년 전인 1895년 유언장을 작성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이 유언장에서 그는 자신의 재산으로 기금을 설립해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에 공헌한 사람에게 상을 주도록 했다. 유지를 받들어 1901년 만들어진 것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노벨상이다. 이 유언장에서 노벨은 “상을 줄 때 후보자의 국적은 일절 고려하지 말 것이며 스칸디나비아인이건 아니건 그 상에 가장 걸맞은 사람이 수상해야 한다”고 “특별히” 당부했다.

▦ 오로지 업적만으로 상을 주라는 취지는 이 유언장보다 3년 앞서 작성된 두 번째 유언장이 좀 더 구체적이다. 마지막 유언장과는 친족 상속액, 노벨상 선정 기구 정도가 달랐던 그 유언장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상은 스웨덴인이냐 외국인이냐를 불문하며 남녀도 구별하지 말고 가장 업적 있는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노벨재단에서는 노벨상에 포함시키지 않지만 스웨덴국립은행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1969년부터 수여하는 경제학상까지, 노벨상 역사는 올해로 117년을 헤아린다. 노벨상은 노벨의 이런 유지를 잘 받들고 있는 걸까.

▦ 노벨상이 서구 편향이라는 지적은 오래됐다. 과학이 앞섰으니 당연한 결과이나, 1920년대 여러 차례 생리의학상 후보였던 일본 병리학자 야마기와 가쓰사부로를 두고 “동양인에게 노벨상은 너무 이르다”는 심사위원 발언이 나왔다는 건 이 상의 인종적 편견을 시사한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적은 것도 어색하다. 지난해까지 노벨상 수상자 896명 중 여성은 48명(5%)이다. 평화상과 문학상, 생리의학상이 각각 16명, 14명, 12명으로 그나마 많은 편이고 화학상 4명, 물리학상 2명, 경제학상은 고작 1명이다.

▦ 과거 노벨재단 이사장이 수상식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수상은 1970, 80년대 성과에 기초한 것”이라며 “여성이 적은 것은 그 시대 과학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왕립아카데미는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최근 선정위원장을 모두 여성에게 맡기거나 미투 논란이 불거진 문학상을 아예 심사하지 않는 파격까지 보였다. 2004년, 2009년에 이어 올해 여성의 잇따른 노벨상 수상이 과연 과학계에서의 여성 지위가 바뀐 결과일까.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